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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1·대1·새내기직장인, 코로나에 잃어버린 ‘특별한 출발’
초1 “새가방 메고 들떴는데…나 학교 언제가?’”
고3 “수능 끝났는데…졸업때까지 등교도 금지”
대1 “대학생됐지만…학교 가본 적 몇번 안돼”
항공사 직원 “뽑히면 뭐하나, 불러주질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31일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전면 원격수업 전환을 결정한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

올 한해, 모두가 그렇겠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새출발을 꿈꾼 사람들이 있다. 생애 첫 입학을 앞뒀던 초등학교 신입생, 현실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은 고등학교 3학년생, 설레는 맘으로 캠퍼스 생활을 기다린 대학 신입생,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신입사원들이 그들이다. 저마다 부푼 꿈을 안고 활기찬 새출발을 꿈꿨지만, 속절없이 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야속하게도 이들의 계획을 상당부분 덮어버렸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올해 당연하게 전개될 줄 알았던 평범한 일상은 기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양천구 소재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김모(40) 씨는 “3월만 해도 방에서 새가방 메고 들떴던 아이가, 한두달이 지나자 ‘엄마, 근데 나 언제 학교가?’라고 물어 마음이 먹먹했다”며 “결국 제때 학교가지 못한 아이를 위로키 위해 집에서 케이크를 자르며 입학을 축하해줬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방학을 제외한 약 8개월 중 주 5회 학교에 나간 날은 한 달에 지나지 않는다. 입학 자체가 미뤄지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등교 중단이 반복되면서 3개월은 아예 못나갔고, 나머지 4개월은 주1회 등교에 그쳤다. 이제 다시 ‘사실상의 거리두기 3단계’ 조치가 내려지면서 올해 남은 기간 등교도 불투명해 졌다. 김 씨는 “학교에서도 마스크 착용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며 “그만큼 교실에서 마스크 안 쓴 친구들 맨얼굴을 보기도 힘들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안모(18) 양은 “처음엔 5월까지 학교 안 가서 좋기도 했는데, 1학기 지나고 보니 성적이 많이 떨어지고 수능 시험 보는 날까지 코로나19 확산세도 줄지 않아 많이 불안했다. 내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 1년을 이렇게 보낸다고 생각하니 허무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수능 끝나면 가려고 잡아놨던 여행계획은 언감생심이고,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구직 사이트를 찾아봤지만 자리도 없더라. 운전 면허라도 따볼까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면허 수요가 늘어 학원 등록도 어렵다고 한다. 수능 끝나도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 갑갑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주 대입 면접을 위해 집으로 과외 선생님을 불러 대비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졸업식 전까지 등교하지 말라는 방침을 전했다. 안 양은 “이대로 3년간 다닌 학교와 친구들 떠나보낸다니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소재 대학 미디어 관련학과에 입학한 김모(21) 씨는 “수강한 7과목을 통틀어 대면수업을 한 건 스피치수업에서 네번뿐”이라며 “기말고사의 경우 처음엔 대면시험을 원칙으로 했지만, 확진자가 급등하면서 하루이틀 전에 갑자기 비대면으로 통지해 지방에 사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한 수업의 경우 일부 학생은 대면, 일부 학생은 비대면으로 시험을 치러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동아리 활동에도 제약이 많아 김 씨가 가입한 댄스동아리는 춤 영상만 찍는 수준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다른 동아리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비난글과 함께 ‘그 동아리는 원래 술을 억지로 먹이는 문화가 있다’는 루머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20학번들은 ‘미개봉 중고’라고 불린다. 교내 행사를 거의 경험하지 못해 내년 신입생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 지 고민”이라면서도 “중고라도 좋으니 내년에는 새내기들과 함께 학교 행사도 해보고, 미팅도 해보고, 동아리 활동도 마음 놓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정모(27) 씨는 “간헐적으로 재택근무를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제약이 많다”며 “설명회와 미팅이 거의 사라지면서 자료와 검색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관계는 친해지는 사람들은 더 친해지고, 애매모호한 관계는 나가 떨어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모이려면 집으로 부르거나 따로 방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신입사원으로 합격했지만 기약없이 입사를 기다리고 있는 새내기 직장인의 사연도 안타깝다. 국내 중소항공사에 합격한 이모(26) 씨는 “작년 하반기 1만명이 넘는 지원자들 속에 최종 합격 24인에 들었다는 기쁨도 잠시, 입사가 4월로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다들 기존회사 퇴사와 이사 등 준비를 마쳤지만 3월말에 다시 메일로 10월로 입사를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10월이 되자 다시 ‘무기한 연기’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종합격자 24인은 아직 고용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입사 대기자 신분으로, 휴직수당·고용유지지원금도 받지 못한채 회사가 부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주변엔 학생과외나 카페알바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그냥 백수로 지내고 있는 동기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윤호·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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