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뮤지컬 배우, 각자의 집에서 촬영

조금씩 망가지고 가벼워져 ‘B급감성’ 폭발

‘킬러파티’ 네이버 브이라이브 통해 공개

재치있는 편집 묘미…유료화 성공여부 관심

‘자가격리’ 웹뮤지컬…공연계 새로운 대안 될까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공연업계에 국내 최초 웹뮤지컬 ‘킬러파티’가 등장,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와 방송을 넘나드는 ‘오뚜기 3세’ 함연지의 난데없는 ‘드립’(애드리브)이 허를 찔렀다. “사람들은 우리 집안이 별볼일 없다고 날 무시한다”며 독한 눈빛을 쏘아대더니, 감미로운 노래를 부른다. 그럴 때마다 “난 견디고 일어났다. 마치 오뚝이처럼”이라고… 무대 위 무명배우의 한탄까지 이어진다. 눈물 쏙 빼는 설움은 없다. 웃음이 나는데, 배우의 표정만큼은 진중하다. 그래서 실소가 나온다. ‘B급 감성’이 철철 묻어난다.

노개런티로 참여한 10명의 배우가 각자의 집에서 ‘뮤지컬’을 찍었다. 이른바 ‘자가격리 뮤지컬’. 기존의 뮤지컬 문법을 덜어내면서도 음악과 드라마를 더한 기본을 살렸다. ‘웹뮤지컬’이라는 타이틀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뮤지컬이 등장했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자회사인 EMK엔터테인먼트가 코로나19로 위축된 공연계에 새 길을 냈다. 지혜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라이브 공연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대를 찍는 방식을 벗어나 공연을 기반으로 웹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 웹뮤지컬은 공연 시장의 위기 극복을 위해 등장한 긍정적 시도”라고 말했다.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공개 중인 ‘킬러파티’(15일까지)는 양수리 한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담았다. 구성은 기발하고, 스토리는 촘촘하다. 예상 외로 참신하다. 짧게는 8분, 길게는 17분 분량으로 구성된 9개의 에피소드는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니 몰입도가 높다. “TV 시청을 전제하고 촬영을 진행”(김현희 EMK엔터테인먼트 이사)해 영상의 퀄리티도 높다.

최초의 웹뮤지컬은 코로나19 시대라서 더 의미있는 콘텐츠로 태어났다. 김현희 이사는 “공연 중단과 연기, 취소가 이어진 팬데믹 시대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며 “배우들이 서로 만나지 않고도 음악과 연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따로 촬영하는 만큼 어려운 점이 많았다. 촬영은 극중 형사 역할을 맡아 모든 배우와 접촉하는 신이 등장하는 신영숙으로부터 출발했다. 신영숙의 시선에 맞춰 모든 배우가 각도를 조정해 연기했다.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편집이다. EMK엔터 측에 따르면 배우들은 촬영 이후 “편집에서 혼을 갈아넣은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이사는 “언택트 촬영을 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같이 촬영한 것처럼 보이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배우마다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다 보니, 단조롭고 답답해 보이는 영상은 각종 연출과 편집의 묘를 발휘해 보완했다. 배우들의 분할 장면, 손을 활용한 안무, 고양이와 합성한 배우 에녹의 얼굴, 식탁을 가득 메운 배우들… 웹콘텐츠라는 점, 젊은 세대를 공략한 재치있는 편집이 콘텐츠의 재미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공연계의 위기를 딛고 등장한 웹뮤지컬은 이제 첫 발인 만큼 갈 길이 멀다. 콘텐츠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킬러 파티’는 뮤지컬 배우들이 총출동한 만큼 기존의 공연 관객들이 유입됐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시청층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 교수는 “웹뮤지컬은 기존 공연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웹콘텐츠의 확장이자 새로운 웹콘텐츠의 등장으로 바라봐야 한다”라며 “기존 관객층이 아닌 웹콘텐츠의 연령대인 10~30대를 타깃으로 삼아 콘텐츠를 제작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당 가격이 높은 점도 과제로 떠올랐다. ‘킬러 파티’는 현재 한 편당 2000원에 제공된다. 무료로 공개 중인 웹콘텐츠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출지 의문이다. 김 이사는 “러닝타임 기준으로 뮤지컬과 웹콘텐츠 사이에서 조정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다시보기 기간이 3주에 걸쳐있다는 점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지 교수는 “유료가 아니면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는 만큼 웹콘텐츠의 시청층과 웹뮤지컬의 경쟁력을 감안해 유료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