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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3법 ‘반대토론’조차 없었다…與 독주 野 방치 ‘무책임국회’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거대 여당은 밀어붙이고, 야당은 손들어 방치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가운데 기업활동에 결정적인 법안들이 여야의 무책임 속에 통과됐다. 여당은 노조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바빴고 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막기에만 함몰돼 경제에는 손을 놨다. 무책임 국회다.

10일 자정께 본회의가 산회 된 뒤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은 정기 국회 회기가 끝남에 따라 자동으로 종료됐다. [연합]

9일 오후 국회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경제3법’을 통과시켰다.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묶어둔 채 감사위원 1명을 별도 선출하는 상법 개정안은 찬성 154, 반대 86, 기권 35로, 그룹 계열사 간 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찬성 142, 반대 71, 기권 44로 가결했다.

정치권과 각 세우기를 꺼려하던 재계 단체들이 대놓고 읍소와 항의하고, 정부의 보호막에 기대왔던 중견벤처기업들까지 나서 하소연 했지만, 독주하는 여당의 귀에는 전혀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은 우군인 노조를 위해 해고자 노조가입과 사업장 점거농성,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삭제 같은 기업의 목을 옭아매는 선물을 더했을 뿐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에도 경제3법과 노동 관련법은 빠져 있었다. 오롯이 관심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정치 공세에 모아졌다. 의례적인 반대토론조차 없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표결에서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야당 핵심 관계자는 “오늘 투표 참여는 100% 김종인 영향”이라며 “우리가 적극 반대했다면 민주당이 책임을 뒤집어씌웠을 것”이라고 책임론을 피하기에 바빴다. 평소 “우리가 재벌 입장을 너무 대변할 필요는 없다”며 경제3법 찬성 입장을 밝혀왔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입김이, 보수 성향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피로 이어졌다는 말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독주와 방임은 이제 책임경영을 위해 지주사로 전환하고 대주주 지분율을 강화해온 기업들의 손발을 잘라내는 상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은 자회사 글로비스의 지분 10%를 팔아야만 한다. 개정 공정거래법이 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기존 상장 30%·비상장 20%에서 일괄적으로 20%로 강화한 덕이다.

또 삼성생명과 ㈜SK, 한화 등도 규제 대상에 새롭게 편입된다. 여기에 그룹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삼성웰스토리, 현대첨단소재, SK가스와 SK플라즈마 등 비상장 손자회사들 역시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이들은 내부 거래를 줄이거나 총수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해당 기업 주가 하락은 물론, 경영권 위협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보다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됐다. SK그룹의 중간 지주사 격인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10%, 약 7조원을 추가로 주식 매입에 써야한다. 그만큼 투자 여력은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 노조에게 힘이 쏠리며 또 다시 대규모 파업이 걱정인 자동차 회사, 인수합병에 목마른 삼성·LG와 IT기업들까지 모두 ‘경제 3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이 같은 규제는 우리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 또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외국계 기업들에게는 우리나라의 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장려한 지주사 전환 정책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며 손발이 묶인 채 코로나19, 경제위기와 싸워야 하는 기업들의 한계 상황을 걱정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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