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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현 ‘나홀로 필버’…“대한민국, 문주(文主)공화국”(종합)
국회 회기 종료로 필버도 자동 종료
공수처법, 10일 임시국회서 표결
필버 효과 ‘단 하루’…국민의힘 고심
추미애, 필버 중 ‘검찰비판서’ 탐독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자정께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대한민국은 ‘문주(文主)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문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들로부터 나온다.”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4선)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반대 토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회기가 끝남에 따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역시 3시간 만에 자동으로 종료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오후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검은 마스크에 ‘근조’ 리본을 단 채로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전날 오후 9시 정각부터 공수처법 반대 토론에 들어갔다. 첫 주자이자 단독 주자다. 그는 국민의힘이 대표적 정권 연루 의혹 사건으로 지목하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당시 울산시장 출신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국민 한분 한분이 당당한 주권자의 자격이 있지만, 현실은 통치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돼버렸다”며 “통치의 주체 자리는 대통령과 집권당 의원들이 차지했다. 일반 국민은 그저 가재·붕어·개구리, ‘가붕개’로 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회 시스템은 통째로 바뀌고 불법과 부정이 합법으로, 정의로 가장하고 둔갑한다“며 ”문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 꼼수와 편법으로 국민을 무시하고, 야당을 패싱하고 입법 폭주를 자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그는 또, “주권자인 국민이 개, 돼지 취급을 받고 법치가 사라졌다.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를 말하는데, 집권세력은 ‘법을 이용한 지배’를 하고 있다”며 “이것은 가장 사악한 형태의 ‘인치주의’”라고 질타했다.

이어 “권력자는 표창장을 위조하고, 서로 짜고 봐주기 면접을 해 대학에 진학시켜 자식들을 출세시켜도 죄가 없다”며 “일반 국민들은 아파트 한 채 마련하려고 뼈 빠지게 일하는데 법을 날치기해서 집값, 전셋값을 폭등시켰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저는 여러분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국회의원인지, 청와대의 지시를 받는 머슴인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며 “여당 당원이란 신분이 우선인가, 국회의원이란 신분이 우선인가”라고 따졌다.

“국회는 거수기가 아니다. 국회는 통법부가 아니다. 국회는 자동판매기도 아니다. 국회는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결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던 중 자정이 되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공수처는 절대로 발족해서는 안 되는 기구”라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기왕에 법이 만들어져있으니 여야 합의를 통해 객관적인 사람을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하자”고 제안했다. 또, “공수처법 개악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종료됨에 따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표결한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끝난 안건은 다음 회기에 지체없이 표결하도록 돼있다.

다만, 향후 이틀간 추가적인 필리버스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 외에도 국가정보원법,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안 지연 효과는 하루에 그칠 전망이다. 민주당이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과 손잡고 합법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시작 24시간 후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표결로 종결 동의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기국회 종료 직후 심야시간임에도 비상의원총회를 재차 소집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계의 반발이 극심한 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을 비롯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관련 ILO 3법(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사회적참사법, 5·18 왜곡처벌법 등 120여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던 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가 검찰을 떠나는 이유’라는 책을 읽는 모습이 포착돼 취재진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2002년 검사가 된 지 약 1년 만에 사표를 냈고, 이후 검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5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본회의 상황에 밝은 추 장관이 의도적으로 본회의장에서 이 책을 꺼내 들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10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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