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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정의 현장에서]‘도돌이표’ 국회

‘국민의 명령’ vs ‘입법 독재’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각각 전면에 내세운 구호다. 당시 양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비롯한 사법개혁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을 두고 극단에서 대치했다. 지난해 4월 볼썽사나운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던 패스트트랙 정국의 2라운드였다.

민주당은 민심을 내세웠다.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선거법 개정안 역시 민심을 더욱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독재론으로 맞섰다. ‘헌법수호’와 ‘좌파독재타도’를 외쳤다. 4당의 공조는 다수의 횡포라고 규정했다. 국회 보이콧과 철야 농성은 물론, 필리버스터와 의원직 총사퇴까지 꺼내들었다.

20대 국회는 그렇게 격렬한 대치로 얼룩진 채 끝이 났다.

그 때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야의 대치 방식은 그대로다. 법안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번엔 공수처법 개정안과 공정경제 3법 등이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민심을 내걸었다. 공수처 출범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기로 했다. 그래야만 민심을 따를 수 있다고 했다. 토론은 없었다. 공정경제 3법 역시 기업의 정상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라고 했다. 재계의 우려와 비판은 민심이 아니었다. 법안들은 속전속결로 안건조정위원회나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역시 다를 바 없다. 또 다시 ‘의회독재’를 내걸었다. 민주당의 행태는 다수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시간끌기 전략만 구사했다. 상임위를 보이콧하고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막겠다고 했다. 당 내에선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양당은 정쟁을 반복하는 동안 한 곳만 바라보고 있다. 그들이 ‘민심’이라고 부르는 지지층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민주당은 그 원인으로 ‘집토끼’를 꼽았다. 지지자들이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당의 미진한 대응에 실망감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출범하면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최근 지지율 급상승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자력보단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러나 장기간 지지율이 부진했던 국민의힘에겐 절호의 기회다. 국민의힘이 현 시점에 각만 세우며 지지층 결집에 목매는 이유다.

여야가 지지층만 향해 달려가는 사이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여야가 정쟁만 반복하는 동안 진짜 민심은 멀어져 가고 있다. ‘그들만의 싸움’만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는 정치권에 국민들은 무언의 실망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보지도, 듣지도 않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이제는 국회의 존재의 이유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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