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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아세안 지역 주재 A 대사 ‘예산 낭비’ 지적한 직원에 “너 돌아가” 폭언 의혹
A대사 “참사관이 업무태만” 소환 건의
당사자 “예산 문제 지적 후 대사가 폭언”
대사관 직원들도 “과도한 조치” 반응
외교부 조사 ‘대사가 접대 요구’ 의혹도
문제 제기 직원 오히려 징계성 귀임 조치

아세안 지역 국가에 주재하는 A대사가 대사관 소속 공무원을 본국으로 소환시켜 달라며 외교부에 징계를 건의했다. 대사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였는데, 대사관 직원들과 파견을 보낸 부처는 “예산 낭비를 막은 것”이라고 나서며 외교부 내에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오히려 조사 과정에서 대사가 폭언을 하고 주변에 과도한 접대를 요구했다는 정황이 나왔지만, 외교부는 별다른 추가 조사 없이 해당 공무원에 대해서만 귀임을 명령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8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외교부 소환심의회가 제출한 심의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대사관에 파견된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참사관에 대해 귀임을 명령했다. 귀임은 해당 공무원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로, 인사기록에 징계로 기록되는 ‘소환’보다는 낮은 단계에 해당하지만, 징계 성격이 짙다.

A 대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현지 교민들이 어려운 상황이라 현지 공사와 함께 바우처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한인회의 요청이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현지 한인 요식업체를 지원해달라’고 해 시작한 사업”이라며 “그러나 공사가 농림부에 요청한 예산 지원을 참사관이 막는 등의 문제가 반복됐고, 주변에서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해 불가피하게 조처를 취했다”고 말했다.

반면, 징계 대상이 된 참사관은 “A대사와 친분이 있는 관계 기관 지사장이 기준도 없이 농림부 예산을 홍보 사업에 전용해달라 요구해서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최근에는 관계 기관에서 베트남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고 ‘설명이 필요하다’고 답하자 A대사가 직접 ‘방해하려면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등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A대사가 주변에 선물을 한다며 지난 1월 지사장에게 고가의 과일상자 50개를 요구했는데, 이에 대해 내가 ‘대사관 예산이 아닌 다른 기관 예산을 대사의 선물로 사용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잘못됐다’고 하자 A대사는 ‘나를 협박하려 하느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 대사는 “실제 전달된 선물은 과일 상자 5개로, 개당 3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그나마도 대사 명의로 현지 공안 고위층에 보내게 해 달라는 공사 측의 요청에 따라 지사장의 개인 비용으로 처리됐다”고 했다. 그러나 A대사의 해명이 맞는다고 해도 ‘외교부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소지가 크다. 외교부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소속 기관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하여 (주재국 공무원에)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외교부 공무원 행동강령’에 맞지 않으며 UN부패방지협약, OECD 뇌물방지협약 등 공직자에게 높은 수준의 청렴성을 요구하는 국제적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A대사와 참사관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해당 대사관 내부에선 “대사의 소환 건의는 과도한 조치”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사관 한 관계자는 “A 대사가 정례회의에서 몇 차례 공개적으로 참사관에게 ‘대사관 사업을 방해한다’는 식으로 거친 언사를 했다”고 했다. 다른 대사관 관계자 역시 “직무상 유관 기관의 운영 문제를 확인했으면 지적하는 것이 맞는데도 이를 문제삼아 소환 건의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참사관의 원래 소속 부처인 농림부 당국자도 참사관의 업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대사가 그간 농림부와의 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올해만 해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주요 홍보 행사가 대사관을 통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오히려 무리한 예산 전용 요구 등을 두고 참사관이 여러 차례 고충을 보고해 관련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A 대사의 건의에 외교부는 지난 1일 기획조정실장 주재로 소환심의회를 개최했고, 참사관에게 귀임을 명령했다. 참사관은 양측의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공개 조사를 하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외교부 내에서는 “전임 대사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과 폭언으로 해임된 상황에서 후임자인 A 대사까지 같은 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해 조용히 사건을 끝내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참사관은 공개 절차를 통해 잘못을 가리자고 했지만, 상부에서는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했다.

실제로 심의 과정에서는 A 대사가 현지에 파견된 정부기관 지사장 등에게 선물 등의 접대를 요구했다는 정황이 거론됐지만, 외교부는 선물 접대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지사장으로부터 “과일 다섯 상자만 개인 사비를 이용해 대사에게 제공했다”는 진술을 받은 뒤 추가 조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회 핵심 관계자는 “파견을 보낸 소속 부처의 의견을 비롯해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심의는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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