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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도 미술이다? 이것이 미술이다!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실험미술 대표작가 이승택 개인전
파격적 조각과 설치·행위미술 등 고정관념 뒤집은 250여점 전시
이것이 미술일까? 이것이 미술이다! 1974년 이승택작가는 그림판에 불을 붙인 뒤, 강에 떠내려 보냈다. 기존 미술체제에 대한 저항이자 새로운 미술이 가능함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이승택, 무제(하천에 떠내려가는 불타는 화판), 1988년경, 사진에 채색, 81.5x116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강물 위에 불 붙은 캔버스가 떠내려간다. 그림 화형식이다. 이승택작가는 1964년 이 작업 '무제: 하천에 떠내려가는 불타는 화판'을 한강에서 진행하려했다. 관청에서 허가 해 줄리 만무했다. 실제 작업이 진행된 건 그로부터 10년 뒤인 1974년이다. 기존 미술에 대한 저항이자, 바람, 불, 연기 등 비물질적 요소로 작품을 실험한 것이다.

"같이 미쳐야 아는 것야. 생소하면 아무리 이야기 해도 몰라. 형태를 넘어선 것들을 읽어낼 수 있어야지". 여든 여덟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힘찬 목소리다. 멋들어진 배래모를 쓰고 전시장에 나타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실험미술의 대표작가 이승택이다. 그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설치, 회화, 조각, 사진, 대지미술, 행위미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250여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작가가 지난 60년 동안 어떻게 한국현대미술의 전환을 이끌었는지 살펴본다.

전시는 1960년대 조각이지만 조각이 아닌 '비조각'을 향한 조형실험에서 시작한다. 전통 옹기를 쌓고, 구조물을 만든 뒤 비닐로 쌓아 형태를 만들고, 유리나 각목, 연탄재 등 일상 사물을 조각에 끌어들였다. 지금이야 '설치작품'으로 익숙하지만 당시엔 혁신적인 시도였다. 줄과 노끈으로 대상을 '묶는' 작업은 사물의 본래 형태와 본성을 뒤집어 생각케 한다. 무겁고 단단한 돌이 줄에 묶여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것으로 치환된 것이다.

바람은 '바람'을 만나고서야 비로서 눈에 보인다. 이승택, 바람(2020 재제작), 천, 밧줄, 가변크기. 작가소장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이승택-거꾸로 비미술》 6전시실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희안한 것, 세계에 없는 것들, 그 시대 미술사조에 편승해 전개하는 작품이 아니라 나만의 독창성이 살아있는 것들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조각개념과 결별하기 시작한 작가는 1970년대를 전후해 바람, 불, 연기 등 비물질적 요소들로 작품을 제작한다. 상황 자체를 작품으로 삼는 이른바 '형체 없는 작품'들이다. 1970년 홍익대 빌딩사이 푸른색 천 여러장을 100여미터 길이의 줄에 매달아 바람에 휘날리게 한 '바람'은 공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미술관 야외전시마당에도 해당작품이 재연됐다. 이후 '무제(한 강에 떠내려가는 불타는 화판)'이나 '분신행위 예술전'(1989)으로 작품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지점으로 나아가며 형체없는 작품에 대한 사유를 이어간다.

1980년대 중반이후에는 사회, 역사, 문화, 환경, 종교와 성, 무속 등으로 관심의 지평이 넓어진다. 한국, 일본, 중국, 독일 등 여러나라를 오가며 생태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한 '지구행위'는 미술관 마당에 설치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전에 선보인 '기와 입은 대지'도 미술관 전시마당에 자리잡았다. 더불어 사진으로만 남은 1960년대 70년대 작품 10여 점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재제작된 것도 의미가 깊다.

전시장 3곳과 미술관 야외공간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전시는 모든 사물과 관념을 뒤집어 생각하고 미술이라고 정의된 고정관념에 도전해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나는 세상을 거꾸로 보았다. 거꾸로 생각했다. 거꾸로 살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미술이되 미술이 아닌, 그러나 현대미술의 핵심을 건드리는 작품을 만나볼 시간이다. 전시는 내년 3월 28일까지.

vicky@heraldcorp.com

이승택, 기와 입은 대지(2020 재제작), 전시마당 설치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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