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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착취물 제작·판매 디지털성범죄 연이은 ‘실형’…“판례가 쌓이는 이제부터 중요해”
‘N번방’ 조주빈 1심서 징역 40년…걸그룹 미성년 멤버
합성 음란물 제작·판매 30대도 징역 4년 법정 구속돼
“법 개정·양형 조정 통해 얻은 성과”…긍정적 평가와
“언론 주목 받지 않아도 동일한 양형인가”…비교 검토 주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은 지난 26일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유포하는 등 디지털성범죄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실형이 잇따라 선고됐다. 재판부가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판시하고 중형을 내리는 데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판례가 쌓이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일관적인 판결이 나오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가 이뤄졌던 이른바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25)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 시설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다.

같은 날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상구)도 미성년자를 포함한 아이돌 걸그룹의 얼굴에 여성 나체 사진 등을 합성해 음란물을 제작·판매했던 30대 남성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 시설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우선 이례적 판결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조주빈 선고 공판 직후 피해자 대리인단의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모든 주장을 배척하며 전례 없는 중형을 선고했다”며 “현재 수사 받고 있지만 피해자 신고가 없어서 재판에 회부되지 못한 많은 범죄 피해가 있는데 (이번 선고가)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메시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형량이 낮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법조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채다은 법무법인 월인 변호사는 “여태까지 말도 안 되게 형이 낮았던 건데 그나마 법이 개정돼 양형이 높아진 것”이라며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 나온 재판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다”고 말했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도 “디지털성범죄들은 이제 막 판례가 쌓이는 단계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들은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법망을 빠져 나갔던 디지털성범죄 관련 신설 법안들이 적용된 사례들이다. 지난 5월 불법촬영물을 구입하거나 소지, 시청하는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는 일명 ‘N번방 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난 6월부터는 성적 사진이나 영상에 타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지인능욕’에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규정이 마련됐다.

알려지지 않은 디지털성범죄에서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재판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조은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조주빈 선고 공판 이후 “이날 재판이 피해자 눈물과 절규가 쌓인 결과라는 점에서 성범죄 처벌의 역사에서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수사·사법기관은 ‘박사방’ 사건 외에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다른 디지털 성폭력 사건에서도 피해자 존중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의 변호사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은 사건에서 형량에 차이가 생기는 경우에 대한 고민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지 않은 피해자는 상처를 덜 받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며 “이후 판례들도 비교·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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