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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험준한 양구 백석산에 잠든 고 이형술 하사, 69년만에 귀향
화살머리고지서 발굴된 고 송해경 이등중사 유해 신원도 확인
고 이형술 하사의 유품.[사진=국방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형님의 유해를 찾았다고 들으니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난다."(동생 이형삼씨·81)

1951년 10월 강원도 양구 백석산에서 국군 8사단 10연대는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험난한 산세로 악명이 높았던 백석산은 양측이 반드시 점령해야 하는 군사적 요충지였기에 적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고지 점령'이라는 일념 하나로 공격을 지속한 우리 군은 마침내 이 일대를 장악했다. 그러나 치열한 전장에서 산화한 이 또한 많았다. 적의 반격이 이어졌기에 전사자를 수습할 경황도 없었다.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당시 교전 중 전사한 고 이형술 하사의 유해가 64년만에 발견됐다. 그리고 그가 떠난 지 69년만에 유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 2015년 9월 24일 국방부 유해발굴단의 발굴 작업 끝에 땅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인의 유해는 두개골 일부, 우측 팔다리 뼈 몇 점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함께 M1소총 탄피, 옷의 단추 등 35점의 유품도 발견됐다.

국방부는 기존에 확보해놓은 6.25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와 고 이형술 하사의 유전자 시료를 비교해 최근 유가족들을 찾아냈다. 고인의 남동생 이형삼(81)씨가 "형님을 찾아 국립현충원에 모실 수 있다니 큰 영광"이라며 반색했다. 그는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고 이형술 하사는 1932년 2월 20일 경남 통영군 용남면에서 3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유가족들은 고 이 하사에 대해 살아 생전 인정이 많고 매우 착한 성격으로 동생들을 정성으로 보살폈다고 전했다. 그러나 6.25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되는 1951년 6월 25일, 19세의 젊은 나이로 군에 입대했고, 그로부터 4개월 후 전사했다.

국방부는 또한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한 고 송해경 이등중사(현 '병장' 계급)의 유해의 유가족도 찾아 신원을 확인했다.

고 송 이등중사는 국군 2사단 31연대 소속으로 1953년 7월 11일 화살머리고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장렬히 산화했다. 당시 전투는 6월부터 시작된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로,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불과 2주여 전 전사해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고 송해경 이등중사 유해 발굴 현장.[사진=국방부]

그의 유해발굴 현장에서는 두개골부터 발뼈까지 인체 대부분의 뼈대 골격이 67년 만에 후배 전우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인식표와 철모, 계급장, 육군 2사단 부대마크 등 함께 발굴된 77종의 유품은 그의 신원 확인을 위한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지난 10월 13일 발굴된 유해의 신원은 이례적으로 3주만에 신원이 확인됐다.

고 송해경 이등중사는 1930년 12월 30일 경북 성주군 성주면에서 1남 2녀중 셋째로 태어났다. 출생한 그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셔 그가 집안의 가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누나들이 시집간 뒤 어머니와 함께 지내던 고인은 22살이 되던 1952년 인근에 살던 배우자 이정원씨와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결혼 직후 입대해 신혼의 행복도 누리지 못했다. 결국 고인의 집안에서는 후손이 없어 고인과 7촌 관계인 송준재씨를 양아들로 맞이했다.

양아들 송준재(61)씨는 "안 계신다고 생각했던 유해를 찾아서 국립현충원에 모실 수 있다니 다행스럽고 반갑다"며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로써 지난 2000년 4월 유해발굴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총 156명의 유해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중 지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로 시작된 화살머리고지 발굴 유해 중 신원 확인 사례도 9명에 달한다.

국방부는 유가족과의 협의에 따라 다음 달 초 경북 성주와 부산에서 귀환행사를 하고, 유해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발굴된 전사자의 신원을 한 분이라도 더 찾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며 유해 소재 제보나 유가족 유전자 시료채취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당부했다.

국방부는 유가족이 유전자 시료를 제공해 전사자 유해 신원이 확인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포상금을 유가족에게 지급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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