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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당3색 청년정치인이 말하는 우리사회 ‘공정’은…[이슈 플러스-각 당 청년 3인의 생생토크]

“금융 장벽이 거대한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 금융시스템 구축하고자 ‘청년신협추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선 ‘청년’ 분야의 대변인을 맡고 있죠. 민주당이 포착하지 못하는 청년 감성과 의제를 감각하는 ‘센서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조은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29년동안 대구·경북에서만 살면서 지역이 얼마나 소외받는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렇게 경상북도 1호 청년 법인을 만들었죠. 하지만 지방에서 백날 열심히 해봐야 청년들이 정치의 도구로 이용당한단 생각을 하게 됐고, 첫 상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박성민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 및 청년당창당준비위원장)

“청소년기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탈학교 청소년이었고, 스무 살이 넘어서도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아 정규직을 꿈꾸기보단 정치에 몸을 던진, ‘비정상 청년’이었습니다”(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24일 서울 후암로 4길 본사 건물인 ‘헤럴드스퀘어’ 스튜디오. 달라도 너무 다른 세 인물이 모였다. 출신도, ‘공정’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3인 3색’이다. 다만, 이들을 하나로 뭉치는 의제가 있었으니, 바로 ‘청년정치’다. 우리 사회가 청년 정치권을 잘 보장하는지, 청년 정치인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관해서는 서로가 격한 공감을 이어갔다.

“서로 밀고 끌어주는 ‘97세대’?

우린 윗세대와 방식 다르다”

-청년 정치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조은주(이하 조)=우리나라 선거는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모로부터 자산을 이전 받거나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고는 실제 참여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들끼리는 ‘먹고사니즘’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항상 고민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이미 가지고 있고, 이번에 전기기술사를 딸까, 조경기능사를 딸까 고민이다(웃음) 독일에선 직업, 학업, 아르바이트와 정치를 병행할 수 있다. 지원금이 나오니까. 우리는 활동비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버티기가 쉽지 않다.

박성민(이하 박)=전국엔 3만 명밖에 안 되는 법조인이 국회의 45%를 차지한다. 민주주의에선 국회가 다원화된 계층과 세대와 직능별로 나눠져야 하는데 비법조인들이 55%를 나눠야 하는 한계가 뚜렷하다. 우리 당이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되지만, 기득권 엘리트층들만 있다는 말이다(웃음). 투표율도 문제다. 이번 총선에서 2030 투표율은 60%대였지만, 60대는 80%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지지기반은 어르신들이기에, 청년들한테는 관심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60%를 버리고, 80%를 가져가는게 유리하다고 생각할테니까.

강민진(이하 강)=계속 나오는 얘기가 돈 얘기인 듯하다. 선배 세대들은 학생운동 이후로 이어온 네트워크가 있다. 예를들면 “나는 계속 운동을 못하지만 너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니까 내가 널 후원해줄게”라는 식이다. 우리 청년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진보정당 정치인들을 지탱해온 정치 구조가 지금의 진보정당 청년세대에겐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97세대(199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1970년대에 출생한 세대)도 마찬가지다. 90년대 때 사회운동, 재야운동을 하다가 2000년대부터 진보정당을 창당한 네트워크가 견고해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

조=민주당 역시 그렇다. 97세대로 떠오르는 소위 ‘핫한’ 의원님들을 만나면, 본인들이 민주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쫀쫀한 네트워크로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는 구조가 있는 데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런 정치인들이 청년들에게 ‘흩어지지 말고 조직화를 하라’, ‘왜 서로 친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입이 막힌다. 청년들도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윗 세대와는 다른 방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박=국민의힘은 그런 이념이나 세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분방하다. 그저 의석수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정도다. 청년을 제외하고 원내 의원들끼리만 모임이 이뤄지는게 아쉽다. 우리가 아무리 코로나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끌어 안아야한다고 말씀드려도 듣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민주당 청년당원만 31만명…

청년당 자리잡는데 십수년 걸렸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청년당 창당을 준비중이고, 민주당은 이미 창당식을 마치고 활동 중인 걸로 안다.

조=민주당은 연초에 전국청년당 창당식을 했고, 경선 과정에서 내부 룰을 모두 바꿨다. 그러면서 5억원에 해당되는 돈을 실제로 청년정치 발전기금으로 쓸 수가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사무인력도 늘리고, 청년 정책연구원들에게도 돈을 지불할 수 있게 됐다. 16년 이상 끌어왔던 숙원과제를 결실맺은 것이다.

강=정의당은 청년정의당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당내 당을 처음 만드는거다 보니 조직 구도부터 예산 확보 방안, 기존 조직과는 다른 위상 확립 등 모두가 미정인 상태다. 민주당은 어떻게 일련의 과정이 가능했나.

조=당에서도 청년들은 무시하지 못할만큼 큰 규모가 됐다. 31만명의 청년당원들이 모여있다. 그리고 청년당을 위해 ‘갈아 넣은’ 청년들이 진짜 많았다는 걸 안다. 김해영·박주민·김병관 의원님들이 청년들이 무언가에 도전한다고 할 때 자금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해주셨다. 21대 국회에 진입하신 장경태·전용기 의원님들도 마찬가지다.

박=속 쓰리다. 국민의힘 청년당원은 3만~5만 명 규모다. 지금 국민의힘은 청년위원회가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할때마다 결재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그리고 당이 청년 활동의 성과를 강조한다. 몇 달 안에 ‘조직을 모아오라’는 식이라 답답하다. 보수 정당의 기성 세대 때문에 떠난 지지층을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모아오라는 게 가능한 일인가.

“정시확대? 지역인재확대?

새로운 기준이나 룰 만들어야”

-헤럴드경제가 청년당에 기대하는 바를 조사한 결과, 정시-수시 등 교육제도를 포함해 ‘공정’의 가치를 실현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강=부모찬스나, 불공정한 루트를 통해 입시나 취업이 이뤄지는 문제야 당연히 근절돼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객관식 시험을 보면 공정한 것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나같은 사람은 학교를 안 다녔는데,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취업 기회가 닫힐 때 이건 공정한 것인가? 시험 성적으로 사람을 투명하게 선발하는 걸 넘어서 모든 기회가 성별이나 가정환경이나 또는 장애 여부 등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열려있는지를 중심으로 생각하는게 진짜 공정이라고 본다.

조=경쟁구도가 너무 명확한 사회에서, 기성세대가 규정해놓은 ‘공정’ 가치에 2030이 불편함을 느끼는 건 이해한다. 시험을 통한 공정한 선발은 최소한의 룰인데, 이것 마저 지켜지지 않으면 모든게 무너져버릴 거라는 불안감이라고 이해한다. 이제는 새로운 기준이나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정말 원하는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정이라는 프레임이 오히려 이 논의를 막고 있다고 본다.

박=의원님들은 아직도 ‘공정’의 가치를 진영논리로 말씀하신다. 민주당은 지역인재 확대, 국민의힘은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정시냐 수시냐 논의를 떠나 교육 제도를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시대는 살아본 사람이 없다. 우리 청년들이 첫 세대이다. 새로운 결과의 도출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청년정치인이 너무 급진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것 같아 불안하다(웃음).

강=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인가다. 수능을 1등급 받은 사람은 정규직 될 자격이 있고, 3등급은 정규직 자격이 없는 게 공정하냐는 거다.

박=하향평준화만 되지 않는다면 동의한다.

- 민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로 청년들의 충격이 컸다. 국민의힘 청년위 지도부의 ‘포스터 논란’도 여파가 있었는데. 정의당의 확장성 문제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조=이낙연 대표가 통렬하고 확실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 데 공감한다. 당원 투표에 부친 데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민주당이 자부심을 느끼는 건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이 구축돼있기 때문이다. 중앙위에서 결정할 수도 있었지만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친 것이다. 재보궐선거기획단원으로서 모든 성 관련 범죄에 대해 검증절차를 강화하겠다.

박=포스터 논란은 정말 안타깝다. 지도부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징계를 내린 것도, 청년들이 스스로 반성할 기회를 줘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청년 보수가 무능하다는 비판이 많은데, 개개인의 약력을 보면 절대 무능하지 않다. 일반 청년들과 공감이 되지 않는 말을 개인이 아닌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란 직함을 달고 포스터로 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고 본다. 같은 일을 답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정의당에도 기존 관성이 있다. 노동 사안에 대해서도 정해진 답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변화 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긴 미래의 더 나은 대안을 맨 눈으로 살피고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승희 기자

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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