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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프라코어 매각, 흥행 '먹구름'…현중-유진 2파전 관전 포인트는
MBK·글랜우드PE·이스트브릿지 '불참'
유력 원매자 GS건설도 관망 모드로 전환
1兆 우발부채 처리 '클린 오피니언' 없어 부담
현중-유진 '오너3세' 시험무대라는 점도 변수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관심을 받고 있다. 경영참여형사모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FI) 대다수가 인수전에서 중도 하차했고, 유력 원매자였던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도 당장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으며 신중 모드로 들어갔다. 현대중공업과 유진그룹의 2파전으로 인수전이 축소된 모습이다.

▶중국법인 우발부채 '클린 오피니언' 아직…완주 부담 느낀 듯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에는 현대중공업지주-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와 유진기업이 두 곳이 참여했다. 앞서 함께 적격인수후보자(숏리스트)로 꼽혔던 여섯 곳 중 네 곳이 이탈한 것이다. MBK파트너스와 글랜우드프라빗에쿼티, 이스트릿지 등 세 곳의 FI 모두 불참 의사를 전했다. 전략적투자자(SI) 중 한 곳이었던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도 당장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 측이 안내한 일정 내에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내부 방침이 섰다.

두산인프라코어 원매자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중국 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와 관련한 최대 1조원 규모 우발부채 문제가 아직 확실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산 측은 인수자에게 우발부채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두산중공업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원매자들을 설득해 왔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본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와 두산밥캣을 지배하는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DICC 관련 우발부채는 투자회사에 남기는 한편 매각 대상인 사업회사는 ‘클린컴퍼니’로 만드는 방안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인프라코어]

하지만 DICC 소송 부담을 '배드컴퍼니'에 귀속시키려면 소송 당사자인 FI들은 물론 회사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승인한 금융기관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FI와 채권자 입장에선 보증 주체가 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배드컴퍼니' 두산인프라코어로 바뀌는 것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두산밥캣 지분과 우발채무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소송가액을 책임지려면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뒤따르는 논란도 걸림돌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했던 한 M&A 업계 관계자는 "DICC 관련 우발 부채를 인수자에 전가하지 않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에 대한 외부 자문사의 '클린 오피니언'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우발부채 처리에 대한 자문과 매각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원매자들로선 인수전 완주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중-유진그룹 양자 대결…'오너 3세' 평가 무대 부담감도

결국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현대중공업-KDBI 컨소시엄과 유진그룹 양자 대결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두 원매자 역시 인수 가격을 공격적으로 제시하긴 힘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의 경우 당초 인수를 검토하지 않다가 두산 측이 DICC 관련 우발부채를 떠안겠다고 공언한 이후에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예비입찰 일정을 한 차례 연기했던 것 역시 현대중공업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우발부채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두산 측이 마련하기 전까지는, 현대중공업 내부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유진그룹 역시 과거 하이마트 M&A로 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은 바 있어, 이번과 같은 대형 인수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유진그룹은 지난 2008년 하이마트 지분 100%를 1조9500억원에 인수하면서 부채가 급증했고, 이후 주력 사업인 시멘트와 레미콘 사업 불황이 겹치면서 이듬해 주채권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까지 체결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과 유진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추진이 '오너 3세'에 대한 시험 무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유진그룹에서는 마찬가지로 유재필 창업주의 손자이자 유경선 회장의 장남인 '그룹 3세' 유석훈 상무가 이번 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아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향후 리더십에 대한 주요 평가 재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연세대 동문, 같은 학번이기도 해 미묘한 경쟁의 기류도 감지된다. 그만큼 인수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인수전에서 이기는 것을 떠나, 수년 뒤 인수 효과나 가격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 수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딜을 주도하고 있는 두 사람이 아직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라는 점도 향후 협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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