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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부면허시험장,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주민들 ‘발끈’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공원화 위해
‘新전략거점’ 육성 뒤집은 서울시
희생양된 마포구 상암동 주민들
“야합·행정농단 중단하라” 반발

서울시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기 위해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하려 하자 마포구와 상암동의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오는 26일 종로구 송현동 부지 현장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재하는 서울시와 대한항공 간의 조정회의를 앞두고서다. 서울시는 대한항공 자금난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송현동 부지를 조속히 매입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이 날 권익위의 조정 절차를 통한 3자 매입 방식 합의안에 서명할 계획이다. LH가 서울시와 협의해 송현동 부지를 먼저 매입하고, 시가 시유지 중 한 곳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송현동 부지와 맞바꾸는 방식이다. LH가 이후 서부면허시험장에 정부 ‘8·4대책’에 따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구상이다.

앞서 마포구청장이 지난 20일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24일에는 상암동입주자대표 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서울시청앞에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애초 시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려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불허되자, 반대 성명 발표 뒤 서명부를 서울시, 국민권익위, 국회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동의하는 조원태를 돕기 위해, 대한항공 조원태는 가족 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서울시는 종로구에 공원조성을 위해 야합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한 “(서울시가)자연녹지인 서부면허시험장은 3종주거지역으로 지정해 가치를 의도적으로 올리고, 송현동부지는 공원용지로 바꿔 의도적으로 가치를 낮췄다”며 시가 두 부지 간에 가치를 맞추기 위해 물밑 작업을 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앞장서 원칙을 무시하고, 마포구 상암동 주민을 또 다시 희생시키는 계획에 우리 주민들은 강력하게 분개한다. 행정농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유재산법 시행령상 재산을 교환하려면 다른 쪽 가격의 4분의 3 미만이어서는 안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서울시로부터 수탁해 이 달 타당성조사에 들어 간 ‘서울시 송현 문화공원 조성사업’ 내용을 보면 사업 대상지인 송현동 48-9 일대의 토지 보상비는 4754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공사비 245억 원, 용역비 24억 원 등 총 사업비는 5517억 원이다. 사업기간은 202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2년 간이며, 체육시설과 공영주차장 등을 포함한 전체 공연 면적 3만 7113㎡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일대는 약 10만㎡ 규모로 경기도 고양시와의 경계에 있는 서울 서북부 관문 지역이자 상암·수색 광역 중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시세는 400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상암동 주민들이 “행정농간”이라고 비난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여름만해도 인근 지역특성과 연계해 개발할 경우 경제 산업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3곳을 ‘신 전략거점’으로 육성한다면서, 연신내·불광지역, 온수역세권 일대와 함께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일대를 선정한 바 있다. 이어 사업대상지별 개발방향과 구체적인 실천전략 마련을 위한 기본구상(안) 수립 용역에 들어가 내년까지 사업성 분석, 개발계획안, 단계적 실행방안까지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이 용역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8·4 대책을 따르기 위해 서부운전면허시험장만 도려낸 것이어서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구청인 마포구나 주민들과의 이렇다할 의견 수렴이나 조율이 없었다. 고 박원순 시장 시절에 발표한 계획을 하루 아침에 뒤집은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지역발전본부 관계자는 “23일 내부 회의에서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계획에 대해선 손떼고 8·4대책을 따르는 것으로 정리했다. 진행 중인 용역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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