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5·18 단체 회원을 자처한 50대 남성이 청남대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한 사건 이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청남대 관리사무소는 전날부터 목 부위가 훼손된 전씨 동상의 임시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바람 등에 의해 훼손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조치라고 관리사무소 측은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전씨 동상이 세워진 청남대 내 '전두환 대통령길'을 일시 폐쇄해 관람객 접근도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5·18 관련 단체의 요구에 따라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검토했던 충북도는 정확한 방침이 설 때까지 훼손된 동상의 완전 보수를 미루기로 했다.
내부적으로는 동상을 그대로 두는 대신 두 사람이 법의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고, 5·18 단체 등을 설득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하지만 전씨 동상 훼손 이후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5·18 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24일 충북도청 앞에서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학살 반란자, 부정축재범의 동상을 그냥 둘 수 없다"며 충북도를 압박하고 있다.
이 단체는 또 동상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A씨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의 정의를 위해 동상 제거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A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두 사람의 동상을 철거한 뒤 그 자리에 대체할 시설물도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도 이들의 요구에 힘을 보탰다.
전농 도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 "학살과 군사쿠데타의 주범인 전씨 동상은 철거돼야 한다"며 "동상을 훼손한 A씨를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자를 기리는 동상을 만드는 게 더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동상을 철거하는 게 향후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조치"라고도 했다.
반면 보수단체는 동상을 존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전날 성명을 통해 "전두환 동상은 1억4천만원의 혈세가 투입된 것으로, 이를 정치적 이해 등으로 훼손하는 것은 도민은 물론 국민과 국가를 우롱한 행위"라며 A씨에 대한 엄정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청남대 측은 훼손된 동상을 즉각 복원하고, 동상 철거 주장을 하는 5·18 단체도 국민 선동행위를 멈추라"고 덧붙였다.
동상이 있는 청남대는 전두환 집권기인 1983년 건설돼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사용되다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관리권을 넘겨받은 충북도는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부터 이명박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자신을 경기지역 5·18 관련 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9일 오전 10시 20분께 청남대 내 전씨 동상의 목 부위 3분의 2가량을 쇠톱으로 자른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