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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웅 “금감원 후배님들, 금융사와 소통 많이하세요”

  •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 19일 퇴임후 자연인으로
    후배들에 "소통 많이 하시라. 더치페이 하면 될 것"
    민법상 착오에의한 계약취소.. "가보지 않은 길"
  • 기사입력 2020-11-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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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정 부원장보는 금감원 후배들에게 ‘금융사들과 만나는 것을 어려워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사진=홍석희 기자]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난 19일 임원 임기 만료로 자연인으로 돌아간 정성웅 금융감독원 소비자권익보호 부원장보는 금감원 후배들에게 ‘금융사들과 소통을 많이 하라’고 당부했다. 정 부원장보는 “밥도 많이먹고 술도 한잔씩 하되 ‘더치페이’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먹튀’를 막은 일이라 했고,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일은 키코 분쟁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원장보는 퇴임 전날인 지난 18일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금감원 우리 후배님들이 너무 위축이 많이 돼 있다. 위축이 돼있다보니 외부 활동이 적다. 금융사들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 하거나 힘들어 해서는 안된다”며 “만남에 필요한 돈 문제는 각각 돈을 내는 더치페이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부원장보는 “금감원 후배들이 금융사 사람들을 만나서 최근 돌아가는 금융사들의 이야기도 좀 듣고, 그들의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 시야를 좀 폭 넓게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금감원과 금융사들 사이의 소통은 금감원은 물론 금융사, 더 나아가 소비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 7월 1일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사진=연합]

정 부원장보는 소비자권익보호 부원장보 직에 있으면서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이전에는 판매된 펀드에 대한 손해액이 확정이 된 이후에야 분쟁조정을 시작해왔다. 그러나 이는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린다. 손해가 확정이 되기까지 시일이 걸리게 되는데, 후배들에게 손해액 미확정 상태에서도 분쟁조정을 하는 창의적인 방안으로 접근을 해보자고 했고 그래서 결국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100% 배상안을 만들어냈고, 금융사들도 이를 긍정하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사들은 라임펀드 가운데 무역금융펀드 판매 부분에 대해 ‘100% 배상’안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정 부원장보는 “민법을 기준으로 ‘사기에의한 계약취소’와 ‘착오에의한 계약취소’ 두가지 방안이 있었다”며 “당시 금융사 책임자들을 다 불러모아서 ‘사기’로 가겠냐 ‘착오’로 가겠냐고 물었고, 금융사들이 ‘착오’로 가겠다고 답을 해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100% 배상안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원장보는 “사기는 수사가 진행돼야 하는 사안이다. 수사는 수사기관이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배상을 받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며 “금융사들 역시 수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을 덜수 있고, 소비자들은 돈을 돌려받는 데 시일을 줄일 수 있어 양측 모두 합리적인 분쟁조정이 된 셈”이라고 부연했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올해 7월 라임 무역금융펀드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펀드에 대해서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 상 개념으로 자본시장법이 아닌 민법을 배상 근거로 적용한 첫 사례다. 관심은 금융사들이 이같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냐 여부로 좁혀졌는데, ‘반발 기류’ 예상을 깨고 우리은행 등은 금감원의 100% 배상안을 수용했다.

정 부원장보의 설명 대로라면 ‘사기 취소’와 ‘착오 취소’라는 두 옵션 가운데 ‘착오 취소‘를 선택한 것이 금융사들 입장에서도 수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정 부원장보는 “당시 은행들이 ‘배임’ 이슈를 들고 나왔는데, 한국의 법·제도상 배임 범죄는 성립이 불가능하다”며 “은행의 배임이 성립 되려면 금융지주사가 은행에 대해 배임으로 소송을 내야 한다. 그러나 지배 구조상 지주가 은행에 대해 소송을 걸 리는 만무하고, 지주 지분을 가진 일반 주주들이 은행을 대상으로 배임을 걸 가능성은 현행법상으론 제로다. 한국은 이중대표소송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원장보는 1989년 신용관리기금 입사를 시작으로 32년간 금융감독자로 봉직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 부원장보는 “한국에서 ‘먹튀’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것이 저”라고 말했다.

정 부원장보는 “전국민이 IMF로 힘들 때였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뒤 테이블에 앉은 한 남자의 얘기가 들렸는데 그 남자는 다음날 이민을 가는 남성이었다. 해당 남성은 테이블 동석자들에게 이민 가기 전 카드 수십개를 가지고 현금서비스를 받고, 론을 빌리고 해서 모두 억대의 돈을 챙겼다고 떠들었다. 그 남성은 금융사들의 돈을 빼돌려 해외로 튀면 자신에게 당시 시스템상 한국 금융사들이 자신에게 돈을 받으러 오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당시 감사실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정 부원장보는 “그 남자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저걸 막아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엔 계좌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능은 한국에선 유일하게 은행연합회가 할 수 있었는데, 이민을 가는 사람들에게 은협으로부터 발급받은 ‘금융사 계좌잔고 증명서’를 의무적으로 공항 이민국에 제출 토록 했다. 이민가는 사람의 빚이 과도할 경우 이민 출국을 아예 막아버리는 방안이었다.

정 부원장보는 “돈을 잔뜩 빌려 해외로 나가버리는 ‘먹튀’들이 많아지면 결국 한국에는 부실만 남게 된다. 당시 국회에서 제가 제출한 ‘업무 제안’을 받아들여 결국 제도화까지 이뤄졌었다. 당시 윤증현 장관이 저에 대해 ‘아주 훌륭한 직원’이라고 칭찬했었다. 먹튀란 단어를 처음 만든 것도 사실 저”라고 말하며 웃었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019년 12월 13일 금융감독원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고 조정 결정을 내렸다. [사진=연합]

그에게도 아픈 구석은 있다. 바로 키코 배상안 처리가 결국 ‘미완의 숙제’로 남게 된 것이다. 금감원 금소처는 지난해 12월 키코 분쟁조정안을 도출했다. 신한은행 150억원 등 모두 255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은행들이 키코 가입자들에게 배상을 해주도록 하는 권고안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은 해당 권고안에 대해 대부분 거부 의사를 밝혀 분쟁조정 권고안은 사실상 무력화 된 상태다.

정 부원장보는 “금감원이 은행들에게 책임을 묻는 부분은 은행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키코에 가입한 기업의 주요 결정권자(CFO 등)들이 전문성이 있었다면 해당 책임성 부분만큼을 빼고 분쟁조정 권고안을 마련했었다”며 “후임자에게 큰 빚을 떠넘기고 가게 돼서 미안할 따름이다. 지난해 12월 권고안 발표 때도 ‘미완의 숙제’라고 했었는데, 1년 가량 지난 오늘까지도 ‘미완의 숙제’가 됐다”며 아쉬워 했다.

정 부원장보는 지난 1989년 신용관리기금으로 입사해 1999년 금융감독원 설립 때 금감원으로 합류했고, 이후 금감원 검사국, IT업무, 거시감독국, 저축은행서비스국 팀장, 공보실 국장,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선임국장 등을 거쳤다. 금감원 설립 이후 현재까지 임기(3년)를 모두 채운 부원장보는 117명 가운데 20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 부원장보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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