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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계약금만 내고 수백억대 기업 '꿀꺽'…불법 창구로 활용된 PEF
폐기물업체 이앤컴퍼니 매각 과정에 수상한 자금
PEF 통해 우회 인수…딜 종결 전 경영권부터 장악
GP등록 낮은 문턱, LP자금 출처 사각지대 악용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자금이 없으면서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를 앞세워 계약금만 내고 경영권을 인수한 수법이 M&A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등록 PEF 운용사이기만 하면, 자금 출처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20일 M&A 업계에 따르면, 스프링힐그린유한회사가 보유하던 폐기물 처리업체 이앤컴퍼니의 지분 55.5%가 지난달 부동산 시행업자 한스자람에 매각됐다. 이앤컴퍼니는 경북 구미시 60만평 사업부지에 7개 공구 매립장 허가를 받아 산업폐기물 처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각각 326억원, 227억원을 기록하는 등 현금창출력이 우수하다.

문제는 한스자람으로 지분이 매각됐음에도, 기존 대주주인 스프링힐그린도 한스자람도 아닌 제3자인 A제조업체가 이앤컴퍼니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스자람과 거래 당사자들은, 지분 매각이 이뤄지기 전 A업체가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에 대한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허위 계상 부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 등을 진행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A업체가 터무니없이 경영권을 장악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기존 대주주인 스프링힐그린은 PEF 운용사 스프링힐파트너스가 이앤컴퍼니를 인수하기 위해 펀드 '스프링힐스파크' 밑에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다. 스프링힐스파크는 지난해 11월 130억원의 투자를 받아 설정됐고, 여기에 모(某) 증권사로부터 250억원의 인수금융을 일으켜 총 380억원에 이앤컴퍼니 지분 55.5%를 인수했다.

이어 스프링힐그린은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아 A업체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는데, 패착은 계약금 30억원만 받고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 350억원은 받지 못한 상태에서 주주총회부터 열어 경영권을 A업체에 넘겼다는 점이다. A업체는 중도금과 잔금을 외부로부터 이상 없이 조달하기 위해선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스프링힐그린 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비정상적 경영권 이전이 가능했던 것은, 스프링힐그린에 자금을 댔던 출자자(LP)가 A업체와 한 패였기 때문이었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스프링힐그린에 출자자로 참여한 투자자는 단 한 곳 뿐인데, 이 투자자의 관계자가 추후 A업체에 의해 현 이앤컴퍼니 경영진으로 진입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A업체는 과거 사채업자들과 함께 코스닥 기업 경영권 사냥에 나선 전력이 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즉 증권사로부터 인수금융을 제공받기 힘들었던 A업체가, 일단 마련한 130억원의 자금만 출자해 설정한 PEF를 앞세워 대출을 받은 뒤, 자본시장법의 규제(PEF는 취득 주식을 6개월 이상 의무 보유)를 피해 경영권을 우회 취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수금융을 제공했던 증권사가 질권이 설정된 해당 지분을 처분키로 했고, 헐값에 지분을 인수할 기회를 한스자람이 잡으면서 이들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업계는 이처럼 PEF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M&A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PEF를 운용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쳐 업무집행사원(GP)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때 요구되는 자기자본은 1억원으로 전문사모운용사(헤지펀드)에 적용되는 요건 20억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아울러 GP 등록 이후 LP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펀드를 설립하는 과정은 신고제로만 관리돼, 펀드 출자금의 건전성 여부도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PEF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헤지펀드에는 적용되는 업무보고서 제출이나 공시 같은 규제가 없다"며 "최근 넘쳐나는 개인 유동성을 이용해 수십억원만 모은다면, 누구든지 GP를 불법적인 기업 인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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