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식당이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른바 ‘불황형 범죄’로 꼽히는 사기, 절도, 횡령 등 재산범죄가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발생 추이가 실물경기 침체를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형법상 절도, 장물, 사기, 횡령, 배임, 손괴를 비롯해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등 특별법에서 재산범죄로 분류되는 범죄의 발생 건수가 올해 상반기(1·2분기) 32만636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같은 기간 27만3487건에서 지난해 29만5585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또다시 증가한 것이다.

전체 재산범죄 발생 건수는 2018년 57만6939건에서 지난해 62만7558건으로 증가했는데, 하반기로 갈수록 재산범죄 발생 건수가 늘어나는 경향성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전체 발생건수는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재산범죄 중에서도 실물경기와 직결되는 사기, 절도, 횡령 범죄의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재산범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기 사건의 발생 건수는 2018년 27만8380건에서 지난해 31만3524건으로 1년 사이 3만5000건이 증가했다.

올해를 포함한 최근 3년간 상반기 사기 사건 발생 건수을 놓고 봐도 지속적 증가세다. 2018년의 경우 상반기에 13만5392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총 15만136건이 발생해 전년 대비 약 1만5000건이 늘었다. 올해의 경우 1분기 8만495건, 2분기 8만9427건으로 상반기 총 16만9922건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건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도 사건의 발생 건수는 2018년 17만7861건에서 지난해 18만91건으로 증가했다. 상반기를 떼어 보면 2018년에는 8만2118건, 지난해에는 8만8512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분기 4만5291건, 2분기 4만5424건으로 상반기에 9만715건으로 나타났다. 횡령 사건 역시 2018년 상반기 2만6088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7038건으로 늘었고, 올해 2만9043으로 또 다시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범죄 증가 추이가 실물경기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사건의 송무 경험이 있는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본적으로 금전 문제가 생기고,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느냐”며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돈을 받을 수 있는 빠른 방법으로 고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스럽게 사건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경제활동 기회가 적은 만 65세 이상의 고령범죄자와 만 14~18세 소년범죄자 중에서 재산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도 대검 통계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재산범죄를 저지른 고령범죄자는 2018년 3만3235명에서 지난해 3만8557명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2분기엔 교통범죄를 앞질러 고령범죄자 가운데 주요 범죄군 중 재산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범죄자도 2018년 2만6459명에서 지난해 2만7800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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