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막 설치된 책상서, KF94 마스크 끼고…실전연습
26일부터는 전국 고교·시험장 학교 원격 수업 전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2월 3일)을 앞두고 대구지역 고3 수험생들의 마지막 학력평가가 실시된 18일 오전 대구중앙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학교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이었지만 흰 줄무늬 체육복 바지에 회색 후드 집업 등 편한 차림에 배낭을 맨 수험생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3학년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하는 고교가 많았던 탓이었다.
고3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각자 독서실, 학원, 카페 등에서 공부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2주 앞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하고 있었다. 이날 헤럴드경제와 만난 단대부고 3학년 김모(18)군은 “최근 오전 9시20분까지 학교에 가서 출석만 하면 돌아올 수 있어 독서실에서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사거리 인근에서 만난 경기여고 3학년 이모(18)양도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던 길”이라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식사는 집에서 해결하지만,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독서실에서 자습을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시행 원활화 대책’을 통해 수능 일주일 전인 오는 26일부터 전국의 모든 고교와 시험장 학교를 원격 수업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0시부터 서울·경기·광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되고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째 300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거리와 카페 등에서 만난 고3 학생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양은 “올해 수능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내일이 수능 날이었다.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분위기가 뒤숭숭하긴 하지만 열심히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군도 “코로나로 대면 수업을 많이 하지 못해 올 초 계획했던 것과 많이 달라졌다”면서도 “원래는 수시(전형)를 준비했었는데 최근에는 (수능)모의고사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일부러 가림막을 두거나 좁은 책상에서 공부하는 등 코로나19 영향으로 달라진 시험장 분위기에 맞게 실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양은 “독서실 공용 공간에 수험장과 같은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한 번씩 모의고사를 치르는 식으로 연습한다”며 “평소에는 얇은 마스크를 끼다가도 모의고사 풀 때에는 KF94 등 두꺼운 마스크를 끼고 시간을 재 가며 문제를 푼다”고 설명했다.
학원 수업을 기다리며 카페에서 자습하고 있던 고3 신모(18)군도 “학교에서 반(班)에 하나씩 가림막을 나눠줘 돌아가면서 연습 중”이라고 말하고는 이내 수능 시험장에서 나눠주는 것과 같은 필기구로 수학 문제를 계산해 나갔다.
고3들은 방역을 위해 바뀐 시험장 환경에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신군은 “가림막을 한다고 코로나19가 예방될 것 같지도 않은데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시험지를 펼쳐 놓고 풀 수 없어 불편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김군도 “학원에서는 가림막을 한 상태로 공부하게 하는데 아무래도 다들 불편해 한다”고 말했다.
학생뿐만이 아니었다. 학원이 몰려 있는 대치동 일대는 모두에게서 긴장감이 흘러넘쳤다. 학원 건물 카페 이용객들이 내부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도 QR코드를 찍고 발열을 확인하는 등 코로나19 전파 차단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내색은 못하지만 아이들이 쉬는 시간 모여도 대화도 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며 “하필 수능 2주 전에 또 확진자가 증가하는데 이 긴장감을 누구도 해소해줄 수 없다. 아이들도 수능 일주일 전부터 학교에 안 가는데 부모들도 동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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