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청와대 향하는 원전수사…채희봉 소환 앞둔 檢, 대법원 ‘직권남용’ 혐의 문턱 넘을까
채희봉·백운규, 청와대 부당개입 여부 밝힐 키맨 꼽혀
직권남용 혐의 적용시 청와대 윗선 수사 확대 전망
보고서 작성 실무자 재량 없다면 직권남용 성립 어려워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전지방검찰청을 방문해 강남일 대전고검장,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과 이동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폐쇄 과정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의 부당 개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수사가 ‘윗선’을 향할지 주목되지만, 대법원 판례상 직권남용 혐의 성립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관련 법리를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포렌식 자료를 검토 중이다. 채 사장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 일했다. 채희봉 사장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청와대의 부당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힐 수 있는 핵심 ‘키맨’으로 꼽히고 있어 검찰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

전날 대전지검은 ‘월성 원전 수사는 정책의 당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폐쇄결정이 타당했는지와 관계없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나 자료 왜곡이 있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적용 혐의는 크게 감사원법 위반과 직권남용 두 갈래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 1호기 관련 파일 444개를 삭제한 부분은 감사원의 감사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직권남용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채 사장을 직권남용죄로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채 사장이 행정관을 통해 2018년 4월 2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내용이 포함된 보고를 백운규 산업부 장관의 결재를 받고 올리라고 전화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이 통화가 이뤄진 이틀 뒤인 4월 4일 월성 1호기 보고서를 ‘즉시 중단’으로 수정했다.

다만 대법원 판례상 직권남용 성립범위가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은 검찰이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대법원은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했더라도, 지시를 받은 공무원에게 일정한 직무권한이 부여돼 있지 않다면 직권남용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단순 보조자의 행위는 지시자 본인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뿐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산업부 보고서 작성자가 장관의 지시를 받았더라도, 내용을 자신의 판단대로 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직권남용죄 성립이 가능하다.

보고서 작성자가 ‘원래 작성하려던 방향이 아니었다’는 정황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다른 부서 또는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이고, 이러한 협조 또는 의견교환 등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동등한 지위 사이뿐만 아니라 상하기관 사이,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사이에서도 일방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05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서도 대검 공안부장이 고등학교 후배인 한국조폐공사 사장에게 쟁의행위나 구조조정에 관해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대법원은 지시를 받은 공무원에게 직무수행 권한이 있는지를 따질 때 제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2011년 대법원은 인사청탁을 받고 특정인을 승진시키도록 지시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사건에서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인사권은 교육감에게 속하는 권한이지만, 지시를 받은 인사담당자는 단순히 보조행위자가 아니라 법령상 적절성을 판단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공 교육감의 지시는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권한을 남용했다는 판단이었다.

jyg9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