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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모·아기 해치는 산후우울증…“사회적 문제로 인식 전환 필요”
우울감에 극단행동 잇따르지만…의료서비스 이용률 1.43%
“모성 건강 측면 접근 부족해…예방·치료 제공 기관 확대해야”
[유토이미지]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산후 우울증으로 자녀와 스스로를 해치는 비극적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출산 후 경험하는 우울감인 산후 우울증을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예방, 치료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손주철)는 산후 우울증을 앓다 4개월 된 아들의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41)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아기를 간절히 원해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아이를 얻었지만, 출산 후 스트레스로 심한 망상에 시달리다 결국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출산 후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손을 떠는 등 이상 행동을 반복했고, 병원에서 심한 우울증을 진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자신의 보호를 받는 어린 자녀의 생명을 빼앗은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고 법익 침해의 결과가 너무나 참담하다”면서도 “출산 후 받은 스트레스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병적 증상을 앓지 않았다면 간절히 원해 어렵게 얻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평생 어린 자식을 죽인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형벌보다 무거운 벌”이라고 했다.

A씨 외에도 출산 후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다가 아이나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산후 우울증, 양육 부담감 등에 시달리다 생후 1개월 된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친모인 30대 여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 1월에는 경남 김해에서 산후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산모가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투신해 숨지기도 했다.

이처럼 정도가 심한 산후 우울증은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산모들은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산후 우울증 유병률은 약 10∼15%로 추정되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관련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산모는 1.43%에 불과했다.

정부가 2016년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출산 전후 우울증 검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보건소에서 자가검사지로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극적 사고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전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정책적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소영 보사연 연구위원은 “아직은 임신·출산과 관련한 지원이 출산 전 임신부와 태어난 출생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모성 건강 측면의 접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후 우울을 산모 개인 문제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동시에 예방·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확대돼야 한다”며 “특히 산후 우울증 진단이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료 서비스 이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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