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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와중에 킥보드 규제완화라니…“눈길에 달리면 더 치명적”
전동킥보드 규제완화 한달 앞으로
“안전사고 끊이지 않는데…” 우려 목소리
“날아다니는 新이동수단이라도 안전 우선”
“새로운 모빌리티에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도로 옆 인도에 여러 대 주차된 킥보드 사이로 행인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윤호 기자/youkno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전동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이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운전면허가 없는 13세 이상의 학생들도 자전거 도로에서 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킥보드로 사망·의식불명에 이르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민과 전문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의 자전거 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 5월 20대 국회 막바지 본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원동기 면허가 없어도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만 13세 이상 중고생의 탑승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곳에서는 차도를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법 시행을 코앞에 둔 최근에도 킥보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용인 명지대 자연캠퍼스에서는 총학생회장이 캠퍼스 내에서 킥보드를 몰다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본지 11월 6일자 18면 참고〉 지난달 인천에서는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타던 남녀 고교생이 교차로에서 택시와 충돌해 1명 사망·1명 중상의 대형 사고로 이어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걱정도 증폭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박모(32)씨는 “처음에는 앞으로 ‘킥보드 보도 운행금지’에 방점이 찍힌 줄 알았다. 실제 일부 언론도 그런 식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인도는 이미 주행 금지된 상태다. (운행)연령이 13세 이상으로 확 내려가 면허증도 필요 없어진다니 아연실색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단속을 강화한다지만, 주차는 여전히 인도 위로 규정돼 있는 것도 아이러니하다”며 “흔히 보다시피 주차 핑계를 대서라도 인도로 주행하는 킥보드들은 많다. 점심 시간 회사가 몰린 서울 중심가에서도 인파 사이로 유유히 타고 다닌다”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38)씨도 “직접 몰아 보니 더 위험성을 느낄 수 있다. 차도를 달리면서도 백미러가 없어 뒷차 상황을 알 수 없고, 내가 (시속)몇 ㎞로 달리는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급브레이크를 밟으니 몸이 튕긴다. 운전면허가 있든 없든 위험해서 (차라리 운전면허를)다 없애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나와 내 가족은 안 타면 그만인데, 아파트 단지 등 인도와 차도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곳은 어디서 튀어나와 내 가족을 덮칠까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보다 직접적 비판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민식이법으로 차는 30㎞ 미만으로 운행하게 만들어 놓고, 곳곳에서 ‘킥라니’(킥보드+고라니) 떼가 신출귀몰하도록 만들다니 어불성설”이라며 “어떤 논리로 이런 법안이 발의된 건지 궁금하다”고 썼다.

해당 개정안은 20대 국회 당시 ▷2016년 12월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7년 6월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 ▷2019년 2월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당시 법안을 발의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킥보드 규정이 전무해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고 면허가 필요 없는 전기 자전거 규정을 준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킥보드와 자전거는 안전도와 구조 자체가 다른데, 새 규정을 마련하기보다 왜 전기 자전거 규정을 그대로 적용했는 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새로운 모빌리티에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날아다니는 교통수단이 나와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활성화는 무의미하다”며 “특히 전동 킥보드는 모빌리티 수단 중 안전에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제동 거리가 길어 눈이나 얼음에는 특히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 오히려 날씨가 추워지고 너무 위험하니까 당장은 사고가 많이 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 날씨가 풀리면 더 걱정인 셈”이라며 “‘퍼스널 모빌리티 총괄관리법’을 마련해 전기 자전거, 킥보드 등을 구분하고 운행 방법, 운행 조건, 보험, 수거법 등을 세밀히 새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단체와 기관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9일 “학생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법률이 교육계 의견 수렴과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개정돼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전동킥보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 등을 내년 업무계획에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고시를 개정,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전동 킥보드를 판매·대여할 때 사용 시 준수 사항을 명확히 표시·광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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