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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수길 건물값 ‘껑충껑충’…자산가들, 압구정으로 ‘U턴’
가격 역전 되자 관심 다시 이동
3.3㎡ 당 2억원까지 시세 급등
주택시장처럼 ‘매물 회수’ 현상도
전통 부촌 상징성에 선호도 높아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 이 일대는 가로수길 지가와 임대료 상승으로 다시 자산가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민경 기자

# 서울 강남구의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사이에 두고 도산공원쪽 좌측과 청담동쪽 우측은 각각 올 들어 지난달까지 빌딩이 15건과 7건 등 20건 이상이 거래됐다. 가격도 점차 올라 연초 3.3㎡당 1억2000만원 수준이던 것이 최근 거래는 1억8000만원까지도 이뤄졌다. 호가는 3.3㎡ 당 2억원까지 부른다. 강남권 빌딩 중개인들은 “없어서 못산다”고 말한다.

# 압구정역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 라인의 한 빌딩은 지난 9월 200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당시 주택시장은 거래절벽 수준으로 매매건수가 줄었는데, 이 빌딩을 보러 자산가들이 몰리면서 빌딩 관리인이 차만 들어오면 “건물 보러 오셨어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매수 하겠다는 이들이 늘자, 일주일도 안 돼 건물주는 갑자기 매물을 거뒀다.

▶가로수길 너무 비싸, 다시 압구정으로=전통 부촌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진 압구정로데오 거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가로수길 풍선효과’라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주목받던 가로수길이 지가와 임대료가 동시에 상승하자, 압구정이 상대적으로 이름값에 비해 저렴하게 느껴진 것이다.

구동현 케이펙 중개법인 빌딩사업부 팀장은 “압구정 로데오가 90년대 오렌지족이 몰리며 값이 비싸지자, 2000년대 가로수길이 압구정의 대체재로 떠오르게 된 바 있다”며 “그런데 시간이 흘러 가로수길 가격이 역전되자 다시 압구정으로 자산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수길은 처음 주목받던 당시, 신호등이 없고 양방통행이 가능해 압구정과 신사동 일대에서 유동인구 밀집에 유리하다는 상업용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된 바 있다. 최근 공실에도 불구하고 임대료와 지가가 크게 오르면서, ‘너무 비싸다’고 느낀 자산가들이 압구정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압구정 도로변 성형외과 빌딩이 3.3㎡당 2억원 가량에 매물이 나오는데, 가로수길 메인도로는 그보다 1억원이 더 높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도 “압구정 빌딩에 관심이 커진 것은 리테일 상권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가로수길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클럽 대체 ‘라운지바’가 1층 공실을 없애자, 압구정이 들썩=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다시 자산가들이 몰리는 이유는, 이 일대에서 늘고 있는 ‘라운지바’도 한 몫 하고 있다. 앞서 성형외과나 레스토랑 위주였던 이 거리에 최근 건물 1, 2층을 중심으로 라운지바가 크게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클럽 문화가 침체되자, 보드카 등을 마시던 바가 내부 공사를 거쳐 부유층의 클럽 대체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구동현 팀장은 “바에 테이블을 여유있게 두는 내부 개조를 거치고 디제이 음악을 틀면서, 클럽을 대체하는 라운지바가 크게 늘었다”면서 “인테리어 비용을 많이 들여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라운지바가 1~2층에 위치하면서 최근 압구정 로데오 일대 1층은 물론 2층도 공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인근 압구정 한양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금요일 저녁 회사 동료들이랑 집 앞에 나갔는데 라운지바가 성업 중이더라”면서 “요즘 클럽을 못가서 그런지 통창을 열어두고 (클럽)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이나 이태원 등 쇼핑과 유흥을 즐기던 대부분 거리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침체된 가운데, 이 일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공실률도 감소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압구정역 인근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3분기 13.1%로 2분기 16.1%에서 3%포인트 감소했다. 압구정 일대에도 명품거리 일부에 공실이 있긴 했으나, 상당수는 ‘통임대’(건물 전체 임대) 안내를 붙이고 일부러 비워두거나 리모델링 공사 중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나 패션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입점을 협의하다가 중단한 경우, 재개를 기다리며 비워둔 건물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연진·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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