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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 규정 없는 ‘관습법’도 헌법소원 가능…헌재, “분묘기지권 합헌”
남의 땅에 묘지 썼어도 20년 지나면 유효
명문 규정 없지만 실질적인 규범력 인정돼
공동묘지.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국회에서 만든 법률은 아니지만, 오랜 관습으로 인정되는 사실상의 규범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이번 결정을 통해 20년간 부동산 소유자 승낙 없이 묘지를 쓴 경우 권리를 인정하는 ‘분묘기지권’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토지 소유자 A씨가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합헌)대 2(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에 대해 합헌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문제삼는 분묘기지권은 관습법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헌법소원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고 해서 예외로 삼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헌재는 “국토개발 등으로 분묘가 설치된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했다는 이유로 분묘설치 기간을 제한하고 이장을 강제한다면 이는 분묘를 모시는 자손들에게 그 비용의 부담이라는 경제적 손실 차원을 넘어 분묘를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애착관계 및 지역적 유대감의 상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관습법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각하의견을 냈다.

A씨는 1990년 4월 경기도 부천시 임야를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았다. 이 임야에는 황모 씨가 1957년부터 관리하던 조상들의 분묘가 있었다. A씨는 2014년 6월 황씨 일가를 포함해 11개 분묘 유골을 다른 곳에 봉안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황씨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고, 원래 분묘가 있던 임야 254㎡에 대한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 법원은 A씨의 이장 행위가 불법행위라며 원상회복 비용 및 위자료로 1580만원을 황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A씨는 헌법소원을 냈다.

관습법은 사회 생활에서 습관이나 관습이 굳어져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법적 확신에 의한 지지를 받아 법규범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을 말한다. 민법 제 1조는 ‘민사에 관해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령 사실혼의 경우, 법적인 혼인관계는 아니지만 상속 등 문제에서 일정 권리가 보호된다. 대법원은 관습법상 타인 소유 토지라도 분묘를 설치한 경우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유지하면 무덤을 없애지 못하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한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헌재의 위헌심판 권한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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