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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당헌변경·여가장관 ‘실언’에…피해자·여성단체 잇단 비판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性인지성 집단 학습 기회”
여가부 장관 발언에…피해자 “내 인생, 수단 취급하나”
여성단체, 여가부 장관 사퇴·민주당 공천 철회 등 주장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헌 변경을 통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낸 데 더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마저 이에 대해 실언을 하자 피해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을 대리하는 여성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며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 가고 있다.

7일 여성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자는 이 장관의 “성인지 학습 기회” 발언에 대해 “‘오거돈 사건’이 집단 학습 기회이면 나는 학습 교재냐”며 반발했다.

피해자는 “주변에 피해 주기 싫어서 악착같이 멀쩡한 척하면서 꾸역꾸역 살고 있는데 여가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가 있나. 저 소리 듣고 오늘 또 무너졌다”며 “영상 보고 너무 충격받고 역겨워서 먹은 음식 다 게워 내기까지 했다. 내 앞에서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같은 날 이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에서 “재보궐 선거에 838억원이 사용되는데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느냐”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도 “이 장관의 망언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오 전 시장과 고(故) 박원순(전 서울시장)은 전 국민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가르쳐 준 스승이란 말인가”라며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지난 6일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도 “여가부 장관이라면 자신의 역할을 먼저 학습해야 한다”며 비판을 더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성차별·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주무 부처 장관의 철저한 무책임과 유체 이탈은 지금 싸우는 피해자들에 대한 외면이며 앞으로 드러나고 말해져야 할 성폭력에 대한 방기”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여당 인사들이 여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추행과 의혹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해 당원 투표를 통해 당헌 개정을 추진했다. 민주당이 ‘2015년 재보궐선거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내용의 당헌을 마련한 지 5년 만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들도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앞에서 서울·부산시장 공천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느린 사과와 성폭력 사건 조사·대응 속도에 비해 당헌·당규 개정은 마의 속도(로 빠르다)”라며 “피해자는 이낙연 대표가 응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의미가 불분명한 사과가 아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는 민주당 전 당원 투표를 앞두고 이 대표가 사과한 데 대해 공개 질의서를 보내며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를 물었다. 당헌 개정이 결정된 후에도 대상이 없는 사과가 반복되자 피해자는 지난 3일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를 통해 “이게 무슨 사과냐”는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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