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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당선자처럼 행동하기’ 본격화…2000년 악몽 재현 사전 차단
인수위 홈페이지 개설하고 1호 공약 실현 공언하고
사실상 승리 선언 선수친 바이든…‘어게인 고어는 없다’
여유있는 바이든…되려 트럼프가 도전자로 보여
[로이터,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승기를 잡은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자처럼 행동하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아직 주요 경합주에서 개표가 진행 중이라 최종 당선인이 확정되지 않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연방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우편투표에서의 압승을 바탕으로 대통령 당선을 위한 ‘매직 넘버’인 선거인단 270명을 사실상 거머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인들의 뇌리 속에 사실상 자신이 승리했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시키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수위 홈페이지 개설하고 1호 공약 실현 공언하고

바이든 후보는 선거가 끝난 지 하루 만인 지난 4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 홈페이지(https://buildbackbetter.com/)를 신설하며 사실상 자신의 승리를 공고히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바이든 후보 인수위는 홈페이지에서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경기침체, 기후변화, 인종차별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첫날부터 달려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측은 일자리 창출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생각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최고의 보건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 승리 선언을 하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당선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온 가운데 정권 인수 작업을 서두름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불복 움직임에 맞서 개표 결과에 쐐기를 박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정권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첫 화면의 모습. [조 바이든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앞서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전날 바이든 후보가 당선인으로 선언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시도와 관계없이 신속한 정권 인수 작업에 바로 착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정확히 77일 안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말한 것 역시 사실상 자신의 선거 승리를 굳히기 위한 제스쳐로 여겨진다. 이날부터 77일 뒤는 내년 1월 20일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날이다.

사실상 승리 선언 선수친 바이든…‘어게인 고어는 없다’

이처럼 바이든 후보 측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민주당과 바이든 후보 캠프가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 얻은 교훈에 따른 것이다.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고, 선거 당일 개표까지 부시 후보가 271명, 고어 후보가 2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불과 0.5%의 차이로 부시 후보가 고어 후보를 누르며 선거인단을 독식했고, 고어 후보측은 즉각 재검표를 요구하며 연방대법원 소송전으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부시 후보 측은 재빨리 승리를 선언한 뒤 당선인처럼 행동하며 ‘사실상 승자’라는 인식을 미국인들에게 강하게 심어줬고, 한달여만에 최종 승리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후보 토론회에서 만난 조지 W.부시(오른쪽)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모습. [CBC 방송 화면 캡쳐]

바이든 후보 측은 이번만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일각에선 바이든 후보가 당선인으로 선언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시도와 관계없이 신속한 정권 인수 작업에 바로 착수할 계획이란 내용의 기사가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를 통해 투표가 진행 중인 3일 나갈 수 있도록 한 것도 바이든 측의 치밀한 계획의 결과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인들의 인식 속에 ‘바이든 선거 승리, 트럼프 불복’이란 인식을 조기에 심어 혼란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불복 시위 등 위협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유 있는 바이든…도리어 트럼프가 도전자로 보여

바이든 후보는 개표 초반 주요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패색이 짙어지고, 이길 줄 알았던 위스콘신·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주 등 ‘러스트벨트’에서 큰 격차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질 때 조차도 대국민 연설을 자처, 차분하게 지지자들을 안심시켰다.

바이든 후보는 4일 오전 0시 42분께 델라웨어주 자택 인근에서 환한 미소와 힘있는 목소리로 한 연설을 통해 “인내가 필요하다. 우리가 이 선거에서 이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모든 표가 방영될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지지자들을 안심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

4일 하루 우편투표 개표가 시작되면서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역전에 성공하고, ‘선벨트’ 경합주인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의 우세를 바탕으로 승기를 잡자 다시 한 연설을 통해선 “현재 진행중인 개표가 끝나면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나는 우리가 이겼다고 선언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 개표가 끝나면 우리가 승자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고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최종 승리 선언을 보류함으로써 각주 선거 당국의 결정과 주요 언론들의 당선자 발표 등을 기다리며 배려하고 리더로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바이든 후보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통치하겠다”는 말까지 더하며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분열을 통합하는 지도자상을 자신의 이미지로 굳히겠다는 행보도 보였다.

첫날 백악관 연설 중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면서도 패배 시 선거 결과 판단을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갈 것이라 언급하고, 이후 개표 상황이 바뀌자 ‘법정 소송’을 제기하며 대선 불복 및 지지자 결집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차별화를 둔 것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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