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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가 꿈꿀 수 있는 박물관 만들 것”-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 [피플앤스토리]
하늘을 동경하는 꿈많은 피터팬, 초대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
30년 간 국토교통 현장 누빈 관료서 초대 관장으로
항공의 과거-현재-미래 담아…올해 7월 개관
“전시·체험·교육 아우르는 공간 만들 것”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은 지난 7월 5일 서울 강서구에 개관한 국립항공박물관의 초대 관장으로 부임했다. 최 관장은 “박물관을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뒤로 한국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탔던 ‘금강호’(왼쪽 위)가 보인다. [박해묵 기자]

[대담=권남근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양영경 기자]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장난감 비행기를 조심스레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한국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탔던 ‘금강호’라고 했다. 그는 “기필코 하늘을 날아오르겠다는 청년 안창남의 꿈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항공 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며 모형 비행기가 품은 예사롭지 않은 의미를 풀어놓았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로 키워낸 빌 게이츠 같은 꿈 많은 인물이 우리 항공 업계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 관장은 지난 7월 5일 서울 강서구에 개관한 국립항공박물관의 초대 관장으로 부임했다. 국내 항공 역사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그는 하늘을 동경하는, 꿈 많은 피터팬 같았다. 최근 최 관장을 만나 박물관 개관에 얽힌 숨은 스토리와 미래 그림을 들어봤다.

국토교통 현장 누빈 정통 관료서 박물관장으로

최 관장은 국토교통부 공무원 출신이다. 2010년 서울지방항공청장, 2013년 항공정책실장 등에 오르며 항공 분야에서 남다른 경험을 쌓았다. 2013년 7월 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는 최 관장에게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돌이켜보면 연도는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항공박물관 개관일과 같은 날짜에 벌어진 일이어서 더더욱 잊지 못한다.

최 관장은 새벽에 “미국에서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자택인 경기도 분당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당일 예정됐던 울릉도 가족 여행도 바로 취소했다. 최 관장은 당시 사태 수습을 위해 미국을 오가며 고군분투했다. 사고가 정리된 이후에도 미 연방항공청(FAA)을 찾아 한국 항공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는 조종사 훈련과 기장·부기장 편제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항공 안전을 다지는 초석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때 그가 보여준 업무처리 능력과 대언론 소통이 밑거름이 돼 2015년 국토부 2차관에 올랐다는 건 이미 관가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백척간두에 선 항공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최 관장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라며 “앞으로 항공 산업이 거대한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 산업의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 최 관장은 “2주간 자가격리를 없애는 국가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고, 사람들은 안전한 나라가 어디인지부터 찾게 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앞으로 항공기 좌석 간격이 넓어지고, 환승이 많이 줄어들고, 항공권 가격은 더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운항과 해외여행 추세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시점에 대해서는 “3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공항 차원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최 관장은 “공항은 철저한 방역을 통해 바이러스 프리(Virus-Free) 공간으로 거듭나야 하고, 승객 간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터미널은 더 넓어져야 한다”며 “접촉에 대한 불안을 어떻게 덜어낼 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 [박해묵 기자]
군복 입고 늦깎이 학업에 공직 입문까지

전북 익산이 고향인 최 관장은 ‘재워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취직도 시켜주는 학교가 있다’는 중학교 담임교사의 말에 혹해(?) 경북 구미 금오공고에 1기로 진학했다. 당시 금오공고는 전국의 중학교 수재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는 학교여서 최 관장도 학업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졸업하면 군 기술부사관으로 5년간 의무복무를 해야만 했다. 같은 학교 친구들은 군 생활을 꺼렸지만, 최 관장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복무 3년차 부터는 출퇴근이 가능해 저녁시간에 학원을 다니며 학력고사를 준비했다. 고교 교육과정이 실습 위주였던 탓에 수학의정석, 정통종합영어도 이때서야 처음 접했다. 그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전역과 동시에 대학(성균관대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이미 군 복무를 마쳤기에 학업도 탄탄대로를 달렸다. 이같은 여건속에 집중력있게 노력한 결과, 대학 4학년 때 행정고시(28회)에 합격해 1985년 공직에 입문했다. 최 관장은 “정부 지원으로 고등학교에 다녔고, 군 생활을 하면서 대입을 준비했기 때문에 공무원이 되어 나라에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났다”면서 “돌이켜보면 공무원이 된 것도 운명적인 게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개관 준비 과정도 다사다난…임시정부 훈련기는 국내기술로 복원

최 관장은 지난해 항공박물관장에 임명된 후 직원들과 불철주야 뛰었다. 지루하고 따분한 박물관, 엄숙주의가 지배하는 박물관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박물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일념 아래 전시물 수집과 체험 시설 도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 관장은 “일단 재미가 있어서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면서 “세상사람들이 비행기를 만들어 신의 영역인 하늘에 도전장을 내밀고 새처럼 하늘 멀리 높이 날아오른 것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한 꿈을 꿀 수 있는 박물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물을 모으는 과정도 쉽진 않았다. 미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 비행학교에서 훈련기로 썼던 ‘스탠더드 J-1’은 전 세계에 딱 3대만 남아 있었다. 개인 소장품인 1대를 구입하려고 하니 부르는 가격이 3억원에서 9억원으로 금세 뛰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아예 기체를 복원키로 결정했다. J-1과 함께 한국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몰았던 금강호도 국내 순수 기술로 복원에 성공했다. 기체는 엔진만 달면 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했다. 비용은 모두 합쳐 3억원 정도 들었으니 돌이켜보면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다.

최 관장은 “안창남이 한국인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날이 1922년 12월 10일이었다”면서 “100주년이 되는 2022년에 안창남의 ‘금강호’를 복원해 실제로 비행을 해 보려고 한다”는 계획을 깜짝 공개했다.

서울 강서구 위치한 국립항공박물관 전경 [국립항공박물관]
“항공박물관은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

박물관은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컸던 지난 7월 5일 개관했다. 1920년 7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윌로우스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비행학교가 문을 연 지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코로나19가 염려되긴 했지만, 역사적 의미가 큰 날이어서 개관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일반인 방문은 늦어져 같은달 24일부터 시작됐다. 항공박물관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자 방문 예약이 쇄도했다. 방문객들의 긍정적인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부 체험프로그램은 주말마다 매진 행렬을 이었다. 최 관장은 “조종·관제체험, 기내 안전 훈련, 가상현실(VR)을 통한 블랙이글 탑승,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체험을 모두 할 수 있는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자평했다.

“전시와 체험, 교육을 모두 아우르는 공간이 돼야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최 관장의 전망은 현실화됐다. 박물관이 제공한 특별한 경험과 재미가 누군가에겐 ‘꿈’이 될 수 있다고도 본 것이다. 궁극적으로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최 관장이 그려 온 박물관의 모습이다. 그는 항공 이론 학습과 조종·관제 체험, 관제탑·항공사 등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항공 분야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최 관장은 “프로그램을 거쳐 간 이들이 몇십 년 후 진짜 꿈을 이뤘는지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꿈꾸는 박물관, 최 관장은 과거를 담은 박물관 속에서 미래의 그림을 펼쳐내고 있었다.

최정호 관장이 걸어온 길

▲전북 익산(62) ▲ 금오공고·성균관대 행정학과 ▲ 건설교통부 낙동강홍수통제소장 ▲ 건설교통부 토지관리과장 ▲ 주미대사관 건설교통관 ▲ 국토해양부 철도정책관 ▲ 서울지방항공청장 ▲ 국토교통부 대변인 ▲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 ▲ 국토교통부 2차관 ▲ 전북 정무부지사 ▲ 국립항공박물관 초대 관장

y2k@heraldcorp.com

“도심항공교통(UAM), 선제적으로 공략해야”-최정호 관장이 본 항공업의 미래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우리나라는 항공산업에서도 운송분야는 강하지만, 제작분야에선 세계 시장의 기성체제를 뚫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문이 열리는 곳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은 우리가 세계 시장을 겨냥해 선제적으로 도전해볼 만한 분야입니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 관장은 미래의 항공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쥘수 있는 분야로 UAM을 꼽았다. UAM은 하늘길로 사람과 사물을 운송하는 기체·운항·서비스를 총칭한다. 지상의 교통 혼잡 해결수단으로 거론되는 ‘드론택시’ 역시 UAM의 한 모습이다.

UAM은 기체에 필요한 소재와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칩과 운항·서비스에 필요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기술의 집약을 통해 현실화된다. 그는 이런 복잡한 구조 속에서 ‘도전의 기회’가 있다고 봤다.

최 관장은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주요 기업들이 개인용비행체(PAV)를 선보였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비행체 간 회피나 충돌 방지 등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고 했다. 5G·AI·빅데이터 등 한국의 앞선 ICT 기술력을 활용하면 조기 상용화와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UAM이 ‘먼 미래’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국립항공박물관에 40여개 기관과 기업이 모여 ‘UAM 팀 코리아’를 발족한 일을 떠올렸다. 서울 여의도에서 인천공항까지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는 UAM을 2025년 선보이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K-UAM 로드맵’을 실현시키기 위해 민관이 적극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UAM 팀 코리아에 참여하는 한화시스템은 당시 최고 시속 320㎞인 기체,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대형 수소연료전지 기술로 K-UAM을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최 관장은 UAM이 주력 수출 품목이 되는 날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체뿐만 아니라 통신망 시스템과 관제 능력 등이 패키지가 돼 더 넓은 땅에서 토종 UAM이 활약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항공박물관 역시 UAM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를 소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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