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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세 아이 음주운전 차량 참변’ 1차 공판…블랙박스 영상에 부모 오열
피고인 혐의 전부 인정…“사죄할 기회 달라”
사건 당시 영상에 피해자 가족들 눈물 쏟아
“첫째가 동생 구하지 못했다며 자책”
유가족, 재판부에 엄벌 호소

지난 9월 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햄버거가게 앞에서 음주운전차량에 의해 숨진 이모 군의 가족이 5일 가해자의 첫 공판기일 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박상현 기자/poo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음주운전으로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가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의 부모는 재판 도중, 사건 당시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이 나오자 “아악” 소리를 지르며 오열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부장 권경선)은 5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상)·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김모(58) 씨의 1차 공판기일을 가졌다.

김씨는 지난 9월 6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4%인 상태에서 승용차를 몰아 인도에 있는 가로등을 들이받고 가로등이 쓰러지는 과정에서 이모(6) 군을 덮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법정에는 이군의 부모, 조부모, 외삼촌, 고모, 이모 등이 함께했다. 이군의 영정사진을 손에 든 이군의 모친 A씨는 검찰이 김씨의 공소 사실을 이야기하자 울기 시작했다. 이후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소 사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김씨의 사건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CCTV 영상이 재생되자 이군의 부모와 가족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A씨는 영상 재생 전 화면에 나타나자마자 흐느끼기 시작했고, 이군의 부친 B씨는 김씨 차량이 가로등을 들이받아 가로등이 쓰러지는 장면에서 “아악” 하고 소리쳤다. 영상 재생 도중 B씨는 김씨를 향해 “넌 사람이 아니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CCTV 영상이 재생되는 순간에도 이군의 가족은 오열했다. 이군의 부모는 사건 당시 영상을 이날 처음 본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로 제출된 모든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김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단 한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이후 재판부가 피해자 측에 발언시간을 주자 B씨는 일어나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읽었다. B씨는 “이 재판으로 가해자에게 최대 형량이 나온다 한들 우리 가족은 저 가해자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가족은 하루하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에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 9세인 첫째아이가 무기징역이란 단어를 알게 됐고 동생의 죽음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고 자책하고 있다”며 “이 아이가 바라는 판결은 다시는 동생과 함께할 수 없는 만큼 저 가해자도 평생 감옥에서 못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우리 아이 사건 이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되는 음주사고가 뉴스에만 두 달 동안 10건이 넘게 나왔다”며 “이런 음주사고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거운 판결을 통한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기존 판결과 다르지 않다면 계속해서 더 많은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며, 첫째아이 역시 동생을 못 지켜줬다는 죄책감을 평생 달고 살아갈 것”이라며 “가해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사실상) 2.5단계로 그 기간에 모임을 하지 말라는 정부 지침에도 조기축구를 한 뒤 술판까지 벌여가며 결국에는 단 1%의 잘못도 없는 어린아이를 음주운전이란 살인무기로 가족이 보는 앞에서 숨지게 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마지막으로 “만 6세밖에 안 된 우리 아이가 ‘엄마’ 소리 한마디도 못하고 눈도 못 감은 채 잔인하게 숨을 거뒀다”며 “첫째아이가 바라는 대로 이 판결에서 저 가해자에게 기존 판결보다, 검사의 구형보다 더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 정의가 무엇인지 가해자와 이 사건을 지켜보는 수많은 국민께 큰 의미를 줄 수 있게 경종을 울려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에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잘못이 너무 명백하고 (피고인이) 사죄하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사죄를 구할 기회를 주시길 한 번만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재판 후 김씨는 재판정을 나서며 유가족을 향해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를 본 B씨는 “용서(바라는 거) 하지 마, 고개 숙이지 마”라며 고함을 질렀다.

재판 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B씨는 “첫째아이가 얼마 전 엄마(A씨)에게 ‘미안해’라고 말해 ‘왜?’라고 하니 ‘나만 피하고 동생을 못 지켜줘서 너무나 미안해’라며 자책했다”며 한숨을 토했다. A씨는 울음을 멈추지 못한 채 “제발 음주운전을 멈춰 달라”며 “우리 아이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제발 멈춰 달라”고 흐느꼈다.

김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2월 3일 열릴 예정이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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