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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예측불가’ 간편결제 사고…선보상의 딜레마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간편결제 업계에서 선(先)보상은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다. 글로벌 간편결제업체 페이팔(Paypal)을 비롯한 다수의 해외업체들도 금융사고가 났을 때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먼저 보상금을 지급한다. 페이팔의 지난해 선보상 지급액만 11억달러(약 1조2412억원)에 달한다.

국내 간편결제 업체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이미 플랫폼의 문제로 금융사고를 겪을 시 선보상을 하겠다는 정책을 수립했다. 네이버페이도 내부기준을 두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우선 보상정책을 갖춘 플랫폼들을 딜레마에 빠뜨리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일 인터넷방송 진행자에게 카카오페이로 1억3000여만원의 후원금을 결제한 초등학생의 사연이 알려졌다. 장애가 있어 따로 잠금장치를 해두지 않은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자녀가 이용했다. 해당 금액은 가족의 전세금이었는데, 돈이 빠져나가는 9일 동안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히 해당 사건은 인터넷방송의 전액 환불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런 사례에서 간편결제 업체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보상이 가능한 사건인지가 애매해다. 간편결제 아이디 보유자와 실 이용자가 달라 엄연히 ‘도용’이지만, 이들이 가족관계여서 경찰 신고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간편결제 업체는 도덕적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 여부 등을 확인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결제 과정상 문제를 발견하진 못했다”면서 “원칙적으로는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토스도 지난 10월 유사한 사건을 겪었다. 잠금이 걸려있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분실한 고객의 토스 계정에서 150만원이 결제된 것이다. 잠금장치가 없던 상황이라 피의자는 피해자의 계좌로 들어온 보안코드를 읽어 손쉽게 결제 비밀번호를 바꿨다. 토스는 “피해자 과실이지만 선보상 정책에 따라 보상을 택했다”면서 전액 보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등생 전세금과 유사한 사례가 최근 들어 비일비재하다”며 “이상거래탐지 시스템을 이용해 최대한 잡아내는 게 유일한 보안책인데, 추후 방법을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선의에서 시작한 선보상 정책이 논란 거리로 비화되지 않으려면, 비용이 들더라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게 유일한 조치다. 그 어떤 조치보다 앞서가야 하는 것은 보안 시스템이다. 간편결제가 규모가 점차 불어나는 오늘날, 업체들이 내놓아야 하는 것은 ‘보상’보다는 ‘보안’이다. 앞선 사례들에서도 보안으로 막을 수 있는 단계들이 있었다. 카카오페이는 비밀번호 설정 후 며칠간 고액 결제가 이뤄진 단계에서, 토스의 경우 비밀번호 변경 후 결제가 이뤄진 단계에서 이상결제가 탐지됐어야 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도 간편결제 플랫폼의 보안 강화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해당 혁신방안에 담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는 “피해자가 허용하지 않은 결제, 송금 등이 이뤄질 시 금융회사에 피해 입증 책임이 주어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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