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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가 또 버려졌습니다…베이비박스, 놔두는 게 정답일까요 [사건TMI!]
‘영아유기 사망’으로 다시 떠오른 찬반논란
“인권 훼손” vs “생명 지켜주는 유일한 방법”
전문가 “‘18세 때 부모 신원 확인’ 보호출산제 통해
부모 익명성 보장하고 책임있는 입양 촉진시켜야”

지난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수건에 싸여 있는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건이 발생한 교회 베이비 박스 인근 모습. 수건에 쌓여 있던 아이는 이 파란색 플라스틱통 주위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양육을 포기한 영아를 임시로 보호하는 간이 보호시설인 ‘베이비박스’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갓난아기의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 베이비박스가 도입된 후 10년 동안 이어진 찬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3일 오전 5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와 불과 1m 떨어진 드럼통 아래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영아의 친모 A씨를 지난 4일 오전 검거,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지난 2일 오후 10시 10분쯤 A씨가 영아를 드럼통 위에 두고 가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국내에 베이비박스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현행법상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행위는 영아유기에 해당하는 불법이다. 국내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인 곳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주사랑공동체교회(2009년 설치)와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2014년 설치), 두 곳뿐이다.

일단 미혼모·아동단체를 중심으로 베이비박스가 인권을 훼손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아동이 자신의 출생기록을 가질 권리를 침해하며, 입양인이 친생부모를 찾고자 할 때 필요한 중요 기록을 볼 권리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전 세계적으로 베이비박스 운영중단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베이비박스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은 부모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아동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장실이나 길거리에 함부로 버려져 사망하는 유기 아동들을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른 충돌도 있었다. 2016년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건전한 입양문화 조성 및 베이비박스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추진했지만, 당시 미혼모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베이비박스가 아동 인권을 훼손한다며 조례안 제정을 반대하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조례안은 아동유기 방지와 건전한 입양 문화 조성을 위한 도지사의 책무를 담고 있었는데, 베이비박스 운영 기관·단체에 대한 지원사업을 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박스는 사실상 모든 아동기관·단체에서 반대하고 있다. 아기를 유기하는 통로로 사용되고 있는 부작용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모의 신원을 아이가 18세가 됐을 때 확인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통해 부모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책임 있는 입양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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