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본 공격땐 기업활동 위축
태광, 지분 평균 72% 의결권 제한
애경·롯데도 제한 지분 50% 이상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일명 ‘3%룰’)하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대기업 집단의 최대주주 지분의 43.8%가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외국계 투기펀드 등 해외자본에 의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상장 계열사가 있는 55개 그룹 211개 계열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소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보유지분은 46.8%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당정이 추진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 등 3%룰 규제가 시행될 경우 최대 주주 등이 가진 지분 46.8% 가운데 43.8%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법 개정으로 제한되는 지분이 가장 많은 업체는 태광으로 보유지분의 평균 72.0%에 해당되는 의결권 지분이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교보생명보험이 71.4%로 두번째로 많았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61.5%), 에쓰오일, 하이트진로(60.3%), 세아(60.2%) 등 순으로 배제되는 지분이 많았다.
제한 지분이 50%를 넘는 곳도 영풍(59.2%), 애경(58.7%), 롯데(57.8%), 아모레퍼시픽(55.4%), 삼양(55.3%), 하림(55.1%), SM(54.4%), LS(53.5%), 대우조선해양(52.7%), 코오롱(52.1%), 농협(52.1%), 두산(50.3%) 등 12곳에 달했다.
감사위원회 설치 상장사의 최대주주 지분이 가장 낮은 네이버(13.7%)도 10.7%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사실상 대기업집단 상장사 대부분이 감사위원 선임에 큰 제한을 받게 된다”며 “감사위원 선임 규제는 외국계 투기펀드 등 해외자본의 경영개입 통로가 돼 기업활동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경영권 간섭으로 몸살을 앓았던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제한되는 지분이 각각 34.0%, 38.5%에 달했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은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상장사 수가 타 기업보다도 많았다. 삼성의 경우 총 13곳, 현대차그룹과 SK·LG그룹은 각 12곳, KT와 롯데는 각각 10곳과 9곳이 해당됐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