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칼럼] 독감 예방접종 역학조사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독감 예방접종 뒤 사망한 사례는 모두 25건이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으로 최종 확정한 사례는 2009년 10월 접종 후 2010년 2월 사망한 65세 여성 단 한 건이 전부다.

그런데 올해는 10월 31일 0시 현재 1669건의 신고가 있었고, 그중 8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13명(15.7%)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사망했다. 83명 중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11명을 제외한 72명의 사망과 독감 예방접종 간에 인과관계가 매우 낮다고 질병관리청은 발표했다(10월 31일 0시 현재 질병관리청 보도 참고자료). 질병관리청의 역학조사 결과를 믿어도 될까? 정말 인과관계가 없는 것일까?

1940년대 미국인 중 절반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 1945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한다. 1932년 취임 후 12년간 재직하면서 대공황을 극복한다.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고혈압에 시달리다가 결국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미국이 들끓는다. 1948년부터 4년 동안 매사추세츠 프라밍엄에 사는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프라밍엄심장조사(the Framingham Heart Study)를 시작한다. 흡연·당뇨·콜레스테롤·비만·운동 결핍 등을 주요한 심장질환 원인으로 밝힌다. 의사들은 프라밍엄위험지수(Framingham Risk Score)를 개발해 고위험 환자들을 찾아내고, 체중감량·다이어트·운동·약물치료 등을 처방한다.

영국에서도 유사한 역학조사를 했다. 1920년 영국에서 암 사망자 중에서 폐암 사망자는 1.5%밖에 되지 않았다. 1947년에는 20%로 치솟는다. 이즈음 영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런던은 공해로 뒤덮인다. 남성 흡연자는 80%에 이른다. 영국인들은 감염질환보다 만성질환으로 더 많이 죽는다.

통계학자 브래드퍼드 힐(Austin Bradford Hill)과 의학조사연구자 리처드 돌(Richard Doll)은 런던에 있는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 전체를 두 집단으로 나눠 연구했다. 소위 ‘사례통제조사(case-control study)’라고 부르는 역학조사다. 폐질환에 걸린 환자집단과 여타 질환에 걸린 환자집단 중에서 폐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흡연율이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흡연과 폐암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힐과 돌은 새로운 역학조사인 ‘영국의사조사(the British Doctors’ Study)’를 시작한다. 1951년 10월 31일 현재 영국 의사 전체를 조사한다. 2년3개월 뒤 의사 36명이 폐암으로 사망한다. 모두 흡연자였다. 역학조사를 시작하고 5년이 지난 뒤에는 폐암뿐만 아니라 심장질환·만성폐질환·폐결핵·소화성궤양 등도 흡연과 관련 있다는 것을 밝힌다.

40년 동안 연구에서 모두 30가지에 달하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 원인을 추가로 밝혀낸다. 오늘날 역학조사에서도 인과관계를 밝힐 때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브래드퍼드 힐의 기준’이라고 부르는 코제이션(Bradford Hill’s criteria for causation), 코호트조사(cohort study)라는 전수조사, 그리고 무작위실험연구(the randomized controlled trial)라는 역학조사방법으로 일궈낸 성과다.

프라밍엄심장조사와 영국의사조사는 감염병에 초점을 맞췄던 역학의 방향을 만성병으로 바꿔놓았다. 지금 우리는 역학의 방향이 다시 감염병으로 되돌아가는 전환기에 서 있다. 인과를 추론하는 새로운 논리와 새로운 역학조사방법을 적용하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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