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주식 상속세만 10조6000억원
연부연납 활용해도 1조8000억원씩 6회…
배당확대·지분 매각 전망에 엇갈리는 주가
[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후 유가족들이 내야 할 천문학적 상속세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상속세가 워낙 많다보니 "삼성의 상속세를 없애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였는데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이 상속세를 내지 않게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향후 상속세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질 수는 있겠지만요. 사람들의 관심은 △이 부회장 등 유가족들이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재원 마련 시나리오에 따른 삼성그룹 계열사 지배구조와 주가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모입니다.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경제 토크쇼 '성시경 쇼'는 이같은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상속세' 전망을 집중 분석하고 해당 내용을 기자수첩 형태의 텍스트 기사로 공개합니다. 영상도 준비돼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시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식 상속세만 10조6000억원…'역사상 최대'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총 재산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부동산과 현금성 자산도 최소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상장사) 보유 지분은 외부에 공시되기 때문에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인의 보유 주식의 평가액은 18조2251억원(23일 종가 기준)에 달합니다. 삼성전자(보유지분 4.18%), 삼성물산(2.88%), 삼성생명(20.76%) 등의 지분 가치입니다. 이 회장은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를 오랜 세월 지켜온 인물이기도 합니다.
상속액이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상속세도 최고세율이 적용됩니다. 상속세 법령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은 50%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의 최대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다보니 20% 할증(경영권 프리미엄)도 붙습니다. 계산해보면 보유지분 가치 18조2251억원에서 20% 할증을 붙이고(21조8701억원) 여기에 50% 세율을 적용하면 10조9350억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받으면 10조6070억원이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이 내야할 '주식 상속세'가 되겠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낼까?…연부연납 제도 활용 가능성 커
10조6070억원. 아무리 삼성 오너 일가라고 해도 이같은 금액을 한 번에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연부연납 방식으로 나눠 내는 것이 유력한 방안으로 보여집니다. 나라에서 정한 연이자(1.8%)를 적용한 뒤 신고·납부 때 6분의 1의 금액만 내고, 나머지는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1조8000억원씩 총 6번에 걸쳐 나눠 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도 지난 2018년 구본무 회장 별세 후 이같은 연부연납 방식으로 상속세를 내고 있습니다. 구 회장 등 유족들이 내야할 상속세는 총 9215억원이었는데요. 1536억원씩 6번을 내면 되는겁니다. 물론 이 금액도 천문학적 숫자라, 구 회장을 비롯한 LG가(家) 유족들도 금융기관을 통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가(家)가 내야할 상속세는 이들의 10배를 훌쩍 넘는 것이니, 이 부회장 역시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1조8000억원씩 6번…재원 마련 방식은? 일단 '배당 확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재원 마련 방법은 '배당 확대'입니다. 고인의 아내 홍라희 여사는 물론 자녀들인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모두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들 회사가 배당을 늘리면, 보유한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매년 상당한 현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던 지난 6년간 이 회장과 가족들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으로 받은 배당소득은 2조8000억원에 달합니다. 연간으로 보면 지난 2014년 2221억원에서 지난해 7500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물론 6년간 받은 2조8000억원 중 이건희 회장의 배당금이 전체 가족들이 받은 배당액의 3분의 2가량에 달하긴 합니다.
가족들이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배당 성향을 크게 늘린다고 해도 매년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유가족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금화하는 방안 역시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S를 주목합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모두 SDS 지분을 갖고 있고 시가총액(13조원)도 적지 않은데다 그룹 지배구조 흐름에서 큰 역할이 없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삼성SDS 지분을 40% 가량 갖고 있어 이 부회장 등 3남매가 보유한 지분을 처분해도 경영권 유지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이것으로도 부족합니다. 3남매가 가진 SDS 지분(총 17%)을 현재 시가로 모두 현금화한다 해도 2조2000억원 수준입니다. 연부연납 시 1년치 상속세를 내고 4000억원이 남는 규모인데요. 결국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상속받는 삼성전자·삼성생명 지분의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고, 삼성생명은 그룹 지배구조 고리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게다가 여당이 추진중인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도 강력한 변수인데요.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 이하(시가 기준)로 줄여야 하는데, 이 경우 약 24조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서 셈법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편, 공익법인을 만들어 상속세 자체를 줄이고 계열사들의 의결권을 간접적으로 행사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됩니다. 하지만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편법 지배력 유지'라는 비판이 일 수 있는 이 시나리오는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분석입니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 전망은…삼성SDS 불확실성↑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영향을 받을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본질적으로는 각 회사들의 사업 성과(실적), 미래 비전이 주가를 결정짓겠지만, 이번 상속세 재원 마련방식에 따라 단기적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KTB투자증권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일제히 내놓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배당 확대 기조는 계열사를 불문하고 동전의 양면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주주친화 정책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만약 오랜 기간 고배당을 실시하면 향후 회사가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인데요. 즉,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경우 이 회장 별세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지난달 26일) 13.46%나 급등하며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 역시 배당 증액 가능성 덕분으로 풀이됐습니다. 다만 삼성물산은 이후 나흘 연속 하락세로 장을 마쳤는데요. 그룹 내 위상 및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는 있지만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다양한 만큼 상승을 장담하긴 힘든 상황입니다.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삼성SDS와 삼성생명 등은 불확실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등이 대량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아무리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이라 하더라도 충격파가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2개월 동안 삼성 측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의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상속세를 정하는 기준이 상속개시일(사망일) 전후 2개월 종가 평균액인데,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의 주가를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안그래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주가 문제로 의심을 받아온 삼성이 굳이 상속세 조금 아끼자고 이같은 의심을 사서 받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badhoney@heraldcorp.com
[기획취재팀=배두헌·김지헌·김성우 기자]
※'성시경 쇼'는? =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3명의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시사경제 팟캐스트&유튜브. '성공에는 별 도움 안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의 준말이다. 주요 경제 뉴스를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재미있게 분석하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을 통해 오디오를,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