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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드페어런츠 무죄, 디지털교도소 미칠 영향은?
法, 배드페어런츠 운영 시민단체 대표 무죄 선고
법률가들, “사적제재를 허용한단 뜻은 아니야”
“판결은 사회를 향해 보내는 신호”
“신상 공개는 정의를 빙자한 디지털 폭력”
디지털교도소 무죄 가능성엔 선 그어

베트남에서 붙잡힌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 A씨가 지난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되고 있다. A씨는 올해 3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개설·운영하며 디지털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등 사건 피의자의 신상정보와 법원 선고 결과 등을 무단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 인터넷사이트 ‘배드 페어런츠’의 운영자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법원이 지난 29일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이번 판결이 온라인상에서 ‘사적 제재’를 가했던 ‘디지털 교도소’의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30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디지털교도소와 같이 범죄자나 혐의를 받는 사람들에 대해 신상 공개를 하는 사람들이 이번 재판의 논리를 쓸 것 같긴 하다”며 “충분히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 7단독은(부장 유창훈)은 29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페어런츠 운영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다만 이 사건 판단은 공소 제기된 허위 사실 여부, 허위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지 피고인이 하고 있는 신상 공개 행위 자체의 적법성 여부는 이 사건 판단 대상이 아님을 유념하라”고 했다. 신상 공개 행위 자체는 검찰의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그 적정성에 대한 시비를 가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도 “이번 결과가 향후 디지털 교도소(재판)에 영향이 없을 순 없다”며 “디지털 교도소는 결을 달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적 제재란 측면에서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배드 페어런츠 같은 걸 놔두면 디지털 교도소 같은 게 또 나와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이란 게 우리 사회를 향해서 보내는 신호인데 이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률가들은 디지털교도소가 피해자들에게 끼친 막대한 영향 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사적 제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으로, 온라인상 신상공개는 정의를 빙자한 디지털 폭력과 같다”며 “오프라인에서 사적 제재가 허용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상에서도 이러한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 역시 “사적 제재를 하는 사람들 모두 자기 나름대로 명분을 갖고 있지만 이를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단순히 명예훼손이냐 아니냐를 넘어 사적 제재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조계 전체적으로도 경각심을 갖고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법률가들은 법원이 재판 말미에 배드 페어런츠 운영자에 대한 재판이 신상공개 행위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양육비 해결 촉구 모임’ 대표 강씨는 양육비 지급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160여 명의 이름·나이·사진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한 ‘배드 페어런츠’를 개설하고 운영해왔다. 이에 신상이 공개된 남성 A씨는 지난해 8월 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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