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관계자와 학부모의 메신저 대화내용.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위해 각종 대회에 제출할 논문, 발명보고서 등 제출물을 돈을 받고 대신 써준 학원 관계자들과 이를 맡긴 학생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학생들은 대필한 제작물로 교내외 대회에서 입상하고 이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서울 강남의 한 입시컨설팅 학원 관계자 18명과 학생 60명 등 78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학원장 A씨는 지난 16일 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2015년 말께 서울 양천구 목동과 강남구 대치동에 입시컨설팅 전문학원을 차린 A씨 등은 입시 설명회와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학종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모집했다. 이 학원은 ‘독서감상문, 애플리케이션 개발, 대회 수상 실적 등 학종 스펙을 관리해 준다’며 각종 대회에 낼 독후감이나 소논문·발명보고서 등을 대리 작성·전달하게 했다.

학생들은 작품당 100만∼560만원을 해당 학원에 지급하고 학원 측으로부터 1대 1 맞춤 스펙 관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원 측은 스펙 관리를 위한 강사를 지정해 학부모, 학생과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고 교내 발명대회, 소논문대회 등 제출물과 독서감상문 등을 전달했다.

경찰이 제공한 이들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학부모 B씨는 ‘발명대회 시일이 촉박한데 학교 행사, 동아리 면접 일정, 발명 수업이 겹친다. 이메일로 대회 준비를 할 수는 없겠냐’고 대필을 요청했다. 이에 강사 C씨는 학부모에게 발명품경진대회 설명서를 보내며 대작한 발명품까지 건넸다.

또 다른 학부모 D씨는 ‘건네 받은 최종보고서에 강사 이름이 대신 적혀 있었다. 대필은 정말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학교 측에서 이렇게까지 추적하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른다’며 대필과 관련해 강사의 주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학원 측은 이전에 대작·대필했던 제출물을 다른 학생에게 제공하며 이를 재탕하기도 했다. 아울러 학생들의 입상 실적을 학원 홈페이지에 게시해 홍보 자료로 활용하며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필·대작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송치된 학생 60명 중 절반 가까이는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학종이 아닌 정시 전형으로 대학에 간 학생도 섞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학원 측에 돈을 건낸 학부모의 입건도 고려했으나 법리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학생들만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장물을 받아 학교나 대회 주관처에 제출한 사람이 ‘정범’이 되기 때문에 학부모는 법리적으로 입건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과 학원 관계자는 대필한 제출물을 마치 스스로 창작한 것처럼 대회 주최 측에 제출해 입상함으로써 공정한 대회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며 “대회를 주최한 고등학교와 지자체에 경찰 조사 결과를 알려 이에 따른 수상 취소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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