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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美 대선과 新북방정책

한국의 대외전략에서 북방정책만큼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지속된 정책은 없을 것이다. 북방정책이 한국 외교 지평의 확대라는 정치적 목적 외에도 신시장 개척, 안정적 에너지 공급망 확보, 물류망 확대 등 한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추동력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 북방정책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이 주는 짐 때문이었다.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는 한반도의 지정학 환경을 또 한번 요동치게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의 민주당은 북방정책의 주요 대상국인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한 정책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중 정책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중국을 미국의 실존적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현재의 매파 정책이 지속되겠지만,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직접적인 압박보다 양자관계의 장기적 조정 방안이 모색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승리해도 미·중관계의 본질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대러 제재는 더욱 강화하고 미·러관계는 더 냉각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론이다. 바이든의 여론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최근 루블이 하락하는 것도 이에 대한 러시아의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승리해도 미·러관계가 현저히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기 이후 양국 간 전략적 안정성 유지에 위협을 받고 있어 2021년 만료되는 ‘뉴 스타트(New START)’ 연장 등 양국 간 군비축소 의제를 미국이 미룰 수만은 없다. 또 과도한 대러 압박은 러·중관계를 밀착시킴으로써 미국이 중국을 다루어 나가는 데 어려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과시하고 자기 덕에 한반도의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고 자랑하는 트럼프에 ‘폭력배에 정당성을 주었다’고 대응하는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대북정책 변화는 분명해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를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실무협상을 통한 ‘바텀업’을 선호하고 동맹국과 협의를 강조할 것이다.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는 김정은을 상대로 협상이나 군사옵션 어느 쪽도 실효성이 적은 상황에서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대북제재 강화를 통한 한반도 안보 정세 관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에서 실무협상이 선행되는 단계적 북핵 해결의 수용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비핵화와 북방정책과의 유기적 연결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대러, 대북제재는 유지 또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커서 신북방정책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북방정책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될수록 정치적 의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경제를 통한 신뢰 구축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신북방정책에 미국과 일본을 참여시키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북방국가들과 정치와 관계없이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호혜적 이익을 창출해 대한민국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것이 현 정부의 신북방정책이 임기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돼야 할 이유이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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