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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오상의 현장에서] 70년만에 불거진 미·중 ‘한국전쟁’ 책임론

“며칠 전 시진핑 주석이 (한국전쟁 참전) 70년 기념대회에서 (발언한) 취지는 국제 정의를 수호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새로 탄생한 중화인민공화국을 수호하기 위해 한 것으로 여러분께서 역사적인 관점으로 보시면 고맙겠습니다.”

지난 27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는 ‘2020 한·중·일 평화포럼’에 참석해 이례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지난 2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다) 발언 때문이었다. 앞서 시 주석은 기념사에서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항미원조라고 강조하며 “침략자(미국)를 때려눕혀 ‘신중국’의 대국 지위를 세계에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국전쟁이 미국과 남한의 북침으로 시작됐고, 중국은 침략을 받은 북한을 돕기 위해 참전했다는 주장이다.

외교부는 시 주석이 앞서 ‘항미원조’ 관련 전시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건 부인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혔지만 시 주석이 직접 ‘항미원조’를 직접 언급한 뒤 별도의 성명을 내지 않는 등 저자세를 유지했다.

오히려 시 주석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불만을 표시한 쪽은 미국이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시 주석 연설 직후 “팩트는 북한이 1950년 6월 25일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지를 받으며 남한을 침공했다는 것”이라며 “자유진영 국가들이 맞서 싸우자 중국 공산당은 병력을 보내 한반도에 참화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국대사관 역시 해당 발언을 한국어로 번역해 SNS에 게시하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2020년에 한국전쟁의 원인을 두고 한국에서 미국과 중국 대사관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마치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70년 전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문제는 이번에도 미중 양국이 서울에서 공개 설전을 벌이는 동안 한국이 70년 전처럼 항의는커녕 제대로 된 논평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싱 대사가 뒤늦게 “ 중국 인민은 평화를 애호하는 인민”이라며 “지금 우리는 누구하고도 싸우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 것도 한국보다는 미국을 의식한 발언에 가까워 보인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중국에 해당 발언과 관련한 공식 항의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여야 모두 질타를 쏟아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에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항변했지만, 외교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비판은 더 커졌다. 외교부 역시 ‘어떤 방식으로 입장을 전달했느냐’는 물음에 “다른 문제로 협의 중 언급됐을 수 있지만, (시 주석의 발언을 두고) 대사 초치나 면담이 이뤄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최근에도 BTS(방탄소년단)가 한국전쟁에서 한미가 함께 희생했다는 발언을 한 뒤 중국 네티즌에게 공격받을 때도 소극 대응을 했다. ‘저자세 논란’ 때마다 외교부는 “필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지만 명백한 역사 왜곡 앞에서도 유독 작아지는 외교부의 모습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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