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이후 첫 플러스 성장
민간 소비 줄고 정부 기여도 감소
반도체 등 ‘기업 기여도’ 11년來 최고
4분기 코로나19 재확산여부 변수
우리 경제가 지난 3분기 1.9% 성장, 작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실적을 거뒀다. 재정 한계 등으로 정부의 경기 부양 여력이 제한적이 된 상황에서도 글로벌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수출이 살아났고,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올 연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은 -0%대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낙관하긴 이르단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효자는 역시 수출이었다. 2분기 우리경제는 코로나19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면서 1963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3분기 들어 미국 등 주요국의 소비가 살아나면서 우리 수출도 빠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번 성장률에 무려 3.7%포인트(순수출 기준)나 기여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후 약 12년 만에 수출의 성장 견인 정도가 가장 높았다.
기업들은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전기대비 6.7% 늘렸다. 이는 2012년 1분기 이후 최대다. 한편, 민간소비(-0.1%)는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정부소비(0.1%)도 2017년 4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가계와 정부의 지출 여력이 움츠러든 상황에서 기업이 성장을 주도한 모습이다.
3분기 성장률의 정부 기여도는 -0.3%포인트로 지난 2분기(-0.3%포인트)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3분기 기업 등 민간의 기여도는 2.4%포인트로 2009년 3분기(3.6%포인트)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7일 설명회에서 성장에 대한 정부 역할이 줄어든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코로나19에 따른 민간의 위축으로 정부소비에 포함되지 않은 지출을 늘린 영향을 받은 것이지 정부 역할이 크게 줄었다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3분기를 기점으로 우리 경제가 브이(V)자 회복세에 진입했는지도 관심이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추세선과 더딘 서비스업 회복 등을 감안할 때 성장 회복이 나타나곤 있지만, 아직 V자라고 보기엔 이르다고 정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코로나19 재확산이 3분기 성장률을 0.4~0.5%포인트 가량 감소시켰고, 장마 등 기상여건 악화가 0.1~0.2%포인트 정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추산했다. 올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1.3%)를 상회할 가능성에 대해선 “연 -1.3% 성장을 위해선 4분기에 0.4% 성장을 기록하면 가능하다”며 “이에 따라 상당부분 연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개선될 수 있단 기대감이 형성된 상황이긴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리스크 요인이 있어 보수적으로 전망치 범위 안에 있다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성장률 요인과 관련, “이번에 선전한 수출도 몇몇 업종을 중심으로 개선된 효과를 반영한거라 수출 증가세가 얼마나 많은 업종으로 확산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서경원·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