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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급등·코로나 블루에 ‘도주로’(도박·주식·로또) 찾는다
저금리 겹쳐 도박·로또 활황에 무리한 주식 ‘빚투’ 증가
“일관된 부동산정책이 심리학적으로 안정세에 도움”

서울 시내 한 로또 판매소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유례없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전세난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도박, 로또 등 이른바 ‘한탕주의’를 좇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계층 사다리’가 실종되고 고용에 대한 불안감마저 불거지면서 건전한 재테크 수단이 아닌, 빚을 내서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무리한 주식투자 성향도 급증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기조는 ‘도주로’(도박주식로또)로 질주를 부추겼다. 예·적금으로는 답이 없고, 부동산 투자에는 최소 수억원이 들기 때문이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본인을 30대로 밝힌 한 청원자는 ‘개천용의 집은 결국 개천(전월세)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고시 합격을 하는 그 순간, 존경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람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집값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말 한마디에 조롱을 당했다”고 썼다. 이어 “요행을 제일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던 내가 로또를 매주 사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확률을 알면서 확인하고 낙담하는 내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조모(36)씨는 “청원 내용이 줄줄이 이해가 간다. 지금같은 초저금리에 월급 모아서 저축해 집 살 수도 없지 않나”며 “주변에는 부동산과 가상화폐 급등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해 주식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뛰어든 사람들이 많다. 심하게는 온라인 도박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계층 사다리가 실종된 청년층을 중심으로 부동산 급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초저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도박과 로또 등 사행성 오락에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전국 15개 지역 센터 도박중독자 등록현황’을 보면 올해 8월 기준 도박중독센터 등록자는 3723명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4969명의 75% 수준에 육박했다. 특히 해당 센터에 등록된 사람의 68.2%(2538명)가 20·30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젊은 층의 도박 중독 증가는 청년 취업 문제 등의 사회구조적 문제 해결과 함께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복권 총 판매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1% 늘어난 2조62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복권위가 반기 기준으로 복권 사업 실적을 공개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박탈감과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으로 ‘일확천금’에 눈길을 돌린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 역시 건전한 재테크 수단으로 투자가 증가하기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에 대한 허탈감과 불안감을 달래는 수단으로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상반기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군중심리를 타고 주식 투자를 늘린 현상을 일컫는 ‘동학개미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유례없는 초저금리는 무리한 투자를 부추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0.81%로 집계됐다. 올해 8월 새로 가입한 정기예금 가운데 84.3%의 금리가 1%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올해 3월부터 9월 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46조600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과 기관(각각 25조6000억원·19조7000억원 순매도)의 “팔자”와 대비된다.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624억원이었던 20대의 신용거래융자(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 잔액은 올해 8월말 3798억원으로 133.8%(217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71.6%), 40대(70.5%)와 비교해 증가율은 2배에 육박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를 이용해 투자하면 이자부담으로 대개 3개월 내에 상환한다. 따라서 빚투 비율이 많다는 것 자체가 장기가치투자보다는 ‘투기성 단타’ 비중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초보 주식투자자가 몰린 빅히트 급락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빅히트로 인한 참담한 수익률을 토로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청와대에 환불 청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황당한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평소 주식에 관심이 없었지만 방탄소년단(BTS)의 유명세를 계기로 빅히트에 투자했던 주식 초보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동산 급등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분노)을 지핀 데 이어 코로나19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도박과 무리한 주식투자가 군중심리를 타고 급증하고 있다”며 “자신의 ‘노오력’만으로는 힘들다는 회의감이 짙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부동산의 경우 정부가 일관된 정책 유지하는 것이 심리학적으로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된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으로 불확실성 클 때 투기성향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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