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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잃은 투심’…개미 터는 기관·환율에 양도세 강화까지
홍 부총리, 여야 반대에도 대주주 3억원 고수
과세대상 주식 41조 달해…연말 10조 매도 가능성
빅히트 등 기관 매도공세에 공모주 ‘개미무덤’ 될 판
美주식 올라도 환율 때문에 서학개미 수익 줄어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막대한 유동성을 증시에 공급해 코스피를 2450선 넘게 끌어올렸던 동학개미의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대주주 요건 3억원 방침 고수로 연말 대규모 매도세 우려가 커진 데다, 기관만 돈방석에 앉게 하는 공모주의 배신, 그리고 서학개미를 잠 못 이루게 하는 달러 약세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개미들이 가장 걱정하는 리스크는 대주주 요건 강화에 따른 슈퍼개미들의 매도 폭탄 가능성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여야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했다.

대주주 요건에 걸리지 않기 위해 ‘큰손’들이 연말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2012년 이후 매년 12월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평균 2조4523억원 순매도했는데, 양도세 기준 강화를 앞둔 2017년과 2019년 12월에는 순매도 규모가 각각 5조1314억원, 4조8230억원으로 커졌다. 올해 12월엔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개정안 범위에 적용되는 개인투자자 수는 2019년말 기준으로 전체의 0.36%지만, 과세 대상 보유 주식액은 코스피·코스닥 합산 총 41조6000억원으로 과거보다 확연하게 높아진다”며 “개인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와,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 비중과 수익률이 높았던 업종의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분석했다.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공모주는 ‘개미들의 무덤’이 될 위기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 58조원의 증거금을 모은 빅히트는 상장하자마자 고점에서 4000억원 이상 팔아치운 3·4대 주주 때문에 “또 기관에 당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들끓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상장 첫날 ‘따상’을 찍고 주가가 50% 가까이 미끄러진 지난 5거래일 동안 내리 빅히트 주식을 사들였던 게 개인투자자였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역시 의무보유 확약기간이 끝나자마자 차익 실현에 급급한 기관투자자 탓에 개미들만 손실을 봤다는 지적이 있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1개월 의무보유 확약이 해제된 지난 12일 기관이 시장에 내던진 물량은 260만주, 1227억원에 달한다. 이날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7.36% 추락했다. 개미들이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이며 ‘물타기’를 하고 있지만,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테슬라, 애플 등 해외주식으로 재미를 본 ‘서학개미’들도 최근엔 달러 약세로 고민에 빠졌다. 서학개미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을 때 1200원 안팎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로 떨어지면서다. 환율이 1200원일 때 20달러에 산 주식을 환율 1130원에 25달러에 판다고 가정해 보면, 달러로는 25% 수익을 본 것이지만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17.7%로 줄어든다. 수익을 실현하려고 해도 환차손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과 글로벌 경기 회복 가능성,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승리를 기대한 위안화 강세 등 달러 약세 요인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환율 때문에 매도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분간 국내 증시에는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부동자금이 대규모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21일 현재 55조2216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61조7089억원에 이른다. 개인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도 24조7043억원에 달해 이들 자금을 합친 개인투자자 증시 대기자금은 14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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