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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없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국내제약사 ‘치료의 길’ 연다
전세계 환자 6000만명 고통
유한양행, 치료 후보물질 수출 계약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 기술 이전
한미약품, 얀센 반환 신약 ‘전화위복’
美MSD와 치료제로 개발 계약 체결
LG화학·일동제약도 임상 등 준비

매년 10월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제정한 ‘간의 날’이다. 간 질환은 국내에서 질병 부담이 가장 큰 질환 중 하나로 국내 사망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간암으로 약 1만명, 간질환으로 6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 질환에는 간암, A·B·C형 간염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역시 우리 간을 괴롭히는 질환 중 하나다. 특히 비알코올성지방간염은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많은 제약기업에게 이 영역은 새로운 도전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NASH 앓으면 간경화·간세포암 등 다른 간 질환 위험 ↑=대부분의 간 질환이 알코올과 관련이 있는 것과 달리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은 음주 이외의 요인으로 간 세포에 지방이 쌓이면서 염증이 발생해 조직 손상 및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NASH 환자의 10~15%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비알코올성지방간(NAFLD)과 NASH 환자 45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이런 질환이 있을수록 간경화, 간세포암 등의 동반 질환 유병률이 올라가고 사망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NASH를 명확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이에 국내외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NASH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유한·한미, 글로벌 제약사에 1조원대 기술수출…기대감 상승=유한양행은 지난 해 7월 NASH 치료 후보물질(YH25724)을 독일계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기술수출 규모는 8억7000만달러(약 1조원)이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4000만달러다. 유한양행은 계약금 중 일부인 1000만달러는 비임상독성시험이 완료된 이후 수령하기로 했는데 최근 이 금액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치료제 개발이 순항 중인 것을 입증했다. 유한양행과 베링거 측은 올 해 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해 1월에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같은 약물을 총 7억85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은 길리어드 측으로부터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1500만달러를 수령했으며 향후 개발 및 허가, 매출에 따라 단계별 기술료도 받게 된다.

한미약품의 경우 전화위복 상황으로 N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 8월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인 ‘LAPS 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HM12525A)’를 미국 제약사 MSD와 NASH 치료제로 개발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후보물질은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Glucagon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 치료제로, 한미가 보유한 약효지속 기반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됐다. 한미는 MSD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1000만 달러와 단계별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단계에 따른 기술수출료(마일스톤)로 최대 8억6000만 달러를 수령하며, 제품 출시 이후에는 두 자리 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고 밝혔다.

특히 이 후보물질은 당초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다. 지난 2015년 얀센에 9억15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임상 과정에서 당뇨 치료 효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오면서 얀센은 이 약물의 개발을 포기하고 한미에게 권리를 반환했다. 하지만 MSD는 이 약물에서 NASH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한미와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비만과 당뇨를 가진 환자에게서 NASH의 발병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미의 ‘LAPS Triple Agonist(HM15211)’의 경우 현재까지 진행된 임상에서 NASH를 동반한 비만 환자에게 이 약물을 투여했을 때 안전성과 내약성, 그리고 지방간 감소 효능이 확인됐다. 이에 이 후보물질은 지난 8월 미 FDA로부터 패스트트랙에 지정되기도 했다. FDA는 심각하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질환에 우수한 효능을 보이는 신약에 대해 신속히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의약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 FDA 패스트트랙 지정되면 개발 단계마다 FDA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신속하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의 후보물질은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는 NASH 치료제 중 가장 앞서 있다고 확신한다”며 “FDA의 패스트트랙 지정 등으로 치료제 개발과 상용화가 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LG화학은 최근 중국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전임상 단계에 있는 NASH 치료 신약을 도입했다. LG화학은 올해 안으로 전임상을 마치고 내년 1분기부터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 역시 최근 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과제와 관련한 물질특허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환자는 계속 증가하지만 치료제 없어…개발 시 성공 가능성 높아=이처럼 많은 제약사가 NASH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유럽 5개국, 일본 등 7개 국가의 NASH 환자 수만해도 6000만명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NASH의 경우 환자 수는 증가 추세에 있는 반면 아직까지 뚜렷한 약물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높은 분야”라며 “가장 먼저 개발이 된다면 성공 가능성은 물론 높을 것이고 조금 늦게 개발이 된다 하더라도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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