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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추석에 김장철까지…올해에만 ‘택배기사 12명’, 예견된 죽음이었다”
‘까대기’ 6시간 추가 근무·아르바이트 고용
김장용 채소·농산물 배송에 ‘엎친데 덮친격’
택배 물량 전년 동기 대비 최대 8000만개↑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기업 택배사 규탄과 택배기사 과로사 예방 호소하는 택배 소비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와 추석 연휴부터 김장철까지 이르는 늘어난 택배 물량이 택배기사들을 덮쳤다. 지난 12일 숨진 김모(36) 씨까지 올해에만 총 12명의 택배기사가 숨져, 이들의 근로 환경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터미널에 도착한 택배 물품을 지역별로 분류해 트럭에 정리하는 작업인 일명 ‘까대기’를 위해 택배기사들은 추가 근무를 이어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있다. 아울러 추석 연휴와 김장철까지 겹쳐 최근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20% 급증하자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예견된 죽음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9년차 택배기사인 50대 유모씨는 “현장에 가면 다들 ‘죽겠다’ 소리를 낸다. 5~6시간 까대기 작업을 끝내고 배송 업무 8~9시간, 하루에 그렇게 15시간 이상 일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1년 중 가장 바쁜 11월이 다가올 때 이런 죽음이 발생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추석 연휴 때 물량도 늘어 제대로 쉬지도 못한 데다가 택배 무게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씨에 따르면 매년 10~11월은 수확한 농작물이나 김장용 채소 택배 배송이 늘어나 물량이 평소보다 약 20% 이상 늘어나는 시기다. 유씨는 “기사들 사이에서는 ‘까대기 업무만이라도 연말까지 (택배)회사가 사람을 써서 해 주면 안되냐’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현행법상 택배기사는 건당 배달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다. 때문에 ‘주52시간제’ 같은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택배업체는 택배기사가 받는 약 680~710원의 건당 배송 수수료에 분류 작업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추가 비용·인력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현석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은 “택배 기사가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월에 150만원을 덜 벌거나 극강의 업무로 과로사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힘들면 물동량을 안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지난 12일)사망한 김씨처럼 대신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구역을 떠맡을 수밖에 없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원(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본격화한 지난 2월 이후 월별 택배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게는 3000만개, 많게는 약 8000만개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2월 택배 물량은 지난해 1억8428만개에서 올해 2억4242만개로 5814만개가 증가했다. 월별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월 6633만개 ▷4월 2899만개 ▷5월 3497만개 ▷6월 7863만개 ▷7월 4328만개가 늘었다.

물동량 증가에 따라 재해자도 늘었다. 지난해 전체 택배기사 재해자 수가 180명인데 반해 올해 1~6월 재해자 수만 129명에 달한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사망한 택배업계 종사자는 총 12명에 이른다. 이 중 택배기사는 9명, 3명은 택배 물류 분류자다.

잇따른 택배기사 사망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 대책회의’에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의 주요 서브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21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과로 등 건강 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 보건 조치 긴급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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