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백신 맞아도 되나”…커져가는 ‘백신 포비아’
-인천 17세 고등학생 독감 백신 접종 이틀 뒤 사망
-원인 밝혀지지 않았지만 백신과 인과관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상온 노출에 이어 불안감 커져…접종 안 하겠다는 사람까지

만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시작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강남지부를 찾은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원래 지난 주 6살 아이 독감 주사를 맞추려고 했는데 병원마다 백신이 없다고 해서 이번 주에 맞출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독감 주사를 맞은 고등학생이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당분간 주사를 맞추지 말까해요. 상온 노출부터 사망 사례까지…독감 접종은 매년 하는 사업인데 올 해는 왜 이렇게 불안한지”(서울 송파구 A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인플루엔자(독감)의 동시 유행(트윈데믹)이 우려되는 시기지만 독감 백신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백신이 유통 과정 중 상온에 노출되는 사건으로 독감 예방접종 시기가 미뤄지는 일이 발생한데 이어 독감 백신을 접종한 고등학생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 중에는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아예 접종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19일 독감 백신 수급 및 접종 상황 브리핑에서 “올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신고된 이상 반응은 총 353건으로, 이 가운데 사망 사례가 1건이 보고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한 사람은 인천 지역에서 접종받은 17세 남성으로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생은 지난 14일 낮 12시 민간 의료기관에서 무료 접종을 받았으나 이틀 뒤인 16일 오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접종 후에 특별한 특이사항이 없었고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이기에 현재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을 먼저 규명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사망한 10대가 맞은 백신과 동일한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이상 반응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상 소견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이 맞은 백신은 '국가조달물량' 백신으로 정부가 각 의료기관에 제공한 백신이다.

현재 경찰은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련성은 적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인은 미상”이라는 취지의 1차 소견을 전달받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평소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사망까지 이를 만한 지병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계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은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 외에 특별한 질환을 앓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사망하는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다. 독감 백신 접종에 따른 피해 보상이 인정된 사망 사례는 현재까지 1건이다. 지난 2009년 65세 여성이 독감 백신 접종을 받고 이틀이 지난 뒤 양쪽 팔, 다리 근력이 저하되는 증상의 ‘밀러-피셔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 여성은 입원 치료를 받던 중 흡인성 폐렴이 발생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끝내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예방접종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나 ‘길랭-바레 증후군’ 등이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염 등에 의해 유도된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환을 뜻한다. 보건당국은 현재로서는 이런 중증 이상 반응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고령자도 아닌 10대 청소년이 독감 백신 접종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 보고 있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부검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10대의 건강한 청소년이었다면 백신으로 인해 사망까지 가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일”이라며 “개인적인 질환으로 돌연사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가뜩이나 상온 노출 등으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사망 사례까지 나오면서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iks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