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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식량과 평화의 상관관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계 기아인구를 0으로 만드는 ‘제로 헝거(Zero Hunger)’를 목표로 창설된 WFP는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기관 및 단체가 수상한 사례는 총 27회인데, 유엔 난민기구와 평화유지군, 국제지뢰금지운동, 화학무기금지기구 등 분쟁과 폭력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에 이바지한 곳들이 많았다. 이번 WFP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식량문제가 곧 인류평화의 관건임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다.

식량을 둘러싼 인류의 과제는 ‘증산’과 ‘환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30년 후인 2050년에 세계 인구가 97억명에 이르고 식량 수요는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획기적인 식량증산 방안 없이는 상당수의 인구가 굶주림을 피하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의 발생은 국제사회의 위기가 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러 나라가 자국 내 식량확보를 위해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했고, 국제공급망이 원활하게 기능하지 못하자 일부 빈곤국에서는 식량가격이 급등하며 굶주림과 사회갈등, 폭동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유엔은 2020년에 1억3500만명이 기아의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내다봤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 WFP는 올해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며 2배에 가까운 2억 650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헝거 팬데믹’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다가오는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2050년까지 농업생산량을 40% 늘리기 위한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의 이러한 ‘농업혁신 어젠다’에는 음식물 쓰레기 절감, 탄소 감축,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을 통해 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EU도 화학살충제 및 비료 사용 감축, 생태계 보전 등을 통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그린딜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과 EU의 농업정책은 ‘증산’과 ‘환경’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 즉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만 지구 기온상승폭을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인 섭씨 1.5도에서 멈추게 할 수 있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혁신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농업이 전제되어야 인류는 식량위기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

WFP는 국제구호 활동 외에도 영양상태 개선, 학교급식 등 다양한 식량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이렇게 절감한 처리비용을 기아퇴치기금으로 조성하는 ‘제로웨이스트, 제로헝거(ZWZH) 캠페인’도 있다. 최근 aT도 캠페인 확산을 위해 WFP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WFP본부 카린 마넨테 국장은 협약식을 통해 “한 세대만에 제로헝거를 달성한 한국은 제로헝거의 빛나는 모델”이라고 했다. 제로헝거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우리 국민의 남은 과제는 다음 세대에도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직 제로헝거에 이르지 못한 이들과 식량을 나누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가깝고 확실한 평화의 길이 아닐까.

이병호 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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