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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 중수부’ 꾸린 검찰, ‘특혜-로비’ 두 갈래 수사 확대…“김재현 협조가 관건”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이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 전담팀 규모를 18명으로 키우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로비 당사자인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이미 구속기소된 상황이기 때문에 뒤늦게 정·관계로비 정황에 관해 입을 열게 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15일 기존 옵티머스수사를 맡았던 경제범죄형사부와 반부패수사2부, 범죄수익환수부 외에 파견검사 5명, 서울중앙지검 내부 충원 인원 4명을 더해 총 18명 규모로 수사팀을 확대했다.

단일 사건에 검사 18명 투입… ‘투자 특혜·부실 무마 로비’ 두갈래 수사 중점

단일사건에 일선 3개 부서 이상 규모의 검사가 투입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6년 검사장이 수사단장을 맡고, 부장검사급 팀장을 포함해 11명의 검사로 꾸려졌던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보다 큰 규모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 사건을 수사했다. 다만 검찰총장의 재량으로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대검 중수부와는 달리 옵티머스 수사팀은 법무부와 협의 하에 수사인원을 정할 수 있다.

신규인원 보강으로 수사팀은 내부적으로 업무를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가 10명 이상이 투입되면 사건 쟁점별로 팀을 나누는 게 보통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사무실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이뤄질 전망이다. 옵티머스 펀드 설정과 운용 과정에서 금융사 혹은 공공기관 특혜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점과 부실 의혹에 따른 조사 무마를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부분이다.

금융사 이미 수사 착수, 부실투자 논란 공공기관 줄줄이 도마

특혜 여부를 밝히는 과정에서는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관계자들을 수사 중이다. 옵티머스가 신탁계약대로 자금을 운용했는지 제대로 검수하지 못한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수사팀은 다수의 금융권 종사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옵티머스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거론된 공공기관들도 특혜 의혹 수사 대상이다. 국민의힘 이영 의원실에 따르면 농어촌공사가 30억원, 마사회가 20억원, 한전이 1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농어촌공사는 구속기소된 옵티머스 이사 윤모씨의 배우자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곳이다. 농어촌공사는 옵티머스 투자제안서를 접수한 직후 바로 투자를 결정해 배경을 의심받고 있다.

이 전 행정관은 23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실제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670억원대 투자를 결정했다가 철회한 전파진흥원에 압력이 있었는지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2017~2018년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옵티머스에 투자하도록 결재한 본부장 A씨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로비창구 4인방 조사 내용 따라 ‘제2 정운호 게이트’ 가능성도

옵티머스 내부에서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는 ‘이혁진 전 대표 문제 해결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돼 있다’고 기재됐다. ‘(옵티머스) 정상화가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이슈화될 경우 고문 및 법인 자문역인 분들이 부각돼 게이트 사건화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번 수사의 핵심인 정·관계 로비 부분을 밝히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비 당사자인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이미 구속기소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로비 내역을 자백하더라도 뇌물공여 혐의가 추가될 수 있을 뿐이어서 수사에 협조할 동기가 없다. 과거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관여했던 한 법조인은 “기소 전에 로비 수사를 같이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첫 공판은 16일 오전 열린다.

검찰은 로비 수사 시작점을 금감원 전·현직 간부들로 잡고 있다. 김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의 전직 금감원 국장 윤모씨는 기소가 유력하고, 또다른 금감원 국장 출신 인사 변모씨도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판매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로부터 로비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이미 기소됐기 때문에, 로비 자금을 수수한 관계자들을 우선 조사하고 거꾸로 자금을 추적해 옵티머스와의 관련성을 밝히는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정영제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는 소재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김 대표로부터 수억원대 자금을 받아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신모씨와 기모씨, 김모씨 등 3인방은 검찰 조사를 통해 정·관계 인사를 만났는지를 일일이 파악해야 한다. 이 중에는 실제 법조계 인사를 접촉한 사실이 알려져 내용에 따라서는 ‘제2의 정운호 게이트’화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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