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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억 청구땐 2억 받는 ‘영업비밀 침해’…처벌도 ‘솜방망이’
부정경쟁방지법 판결문 1872건 분석
상호·상표 도용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
1억 청구땐 인용액 규모 2029만원 불과
영업비밀침해 인용액 비율도 22.49% 그쳐
형사사건 무죄율 34%…전체의 10배 육박

기업이 경쟁사를 상대로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빼갔다는 손해배상 소송을 내더라도, 실제 배상받는 금액은 청구액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처벌도 실형 선고 비중이 낮은 현상이 여전했다.

13일 특허청이 연구용역을 발주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판결문 분석’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상호나 상표를 사용하는 등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를 인정한 손해배상액의 최소액은 300만원, 최대액은 3억원으로 인용액의 평균값은 5184만원이었다. 그러나 인용액 중간값은 2700만원으로, 평균값과 25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인용액이 적은 금액에 몰려 있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청구액 대비 인용액 중간값 비율은 20.29%였다. 즉 1억원을 손해배상 청구해도 2029만원만 법원에서 배상하라고 한 셈이다. 이 통계는 법무법인 다움이 특허청의 발주를 받아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전국 각급 법원에서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민사가처분, 민사본안, 형사판결문 1872건을 분석해 집계했다.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 역시 법원에서 보수적으로 판단했다. 손해배상청구액 대비 인용액 중간값은 22.49%에 불과했다. 가장 적은 인용액은 300만원, 가장 많은 인용액은 85억원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법원은 ‘법원이 인정하는 상당 손해액’이라는 추상적인 근거에 따라 배상 액수를 정했다. 원고가 주장하는 ▷침해자의 이익액 ▷통상 사용료 상당액 ▷침해물건 양도수량 및 단위 이익액과 같은 수치를 인정하는 비율은 적었다.

법원이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를 보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정도로 저명성이 없다는 이유를 든 경우가 59.5%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형사 재판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유죄가 확인되도 민사에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10월 ‘짝퉁’ 화장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A씨를 상대로 한 기존 화장품 제조업체 B사의 민사소송에서 기존 화장품이 수요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질 정도가 됐다고 볼 순 없다며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업체가 부정경쟁행위로 동종 영업을 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영업상 이익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영업비밀의 경우 ‘비밀관리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전체 패소사유 중 30.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비밀관리성은 영업비밀로 지키기 위해 해당 기업에서 얼마나 많은 보안절차 등을 마련했는지 따진 것이다. 경제적으로 유용한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경우도 있었다.

처벌이 가벼운 경향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비밀 침해행위 피고인은 659명이었다. 이 중 1심 무죄율은 34.5%에 달했다. 1심 전체 형사공판사건 무죄율 2018년 3.41%, 2017년 3.65% 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의 경우 1심 무죄율은 8.0%로 역시 같은 기간 전체 형사공판사건 무죄율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자유형 가운데 실형을 선고 받은 피고인은 8명에 불과했다. 영업비밀 침해 행위 및 부경법 위반의 1심 집행유예율은 각각 75.3%와 76.4%로 사법연감 1심 전체 형사공판사건 집행유예율 59.8%(2017년 기준) 보다 현저히 높았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소송을 내는 쪽의 주장이 너무 크다고 법원에서 보는 것인데, 법원과 실무에서 인식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손해배상액 간주 조항이 실효성 있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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