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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마스크 ‘과태료 10만원’ 계도 첫날…“잡을수 있겠나” 걱정도
200m 전력질주·외투는 벗어도 마스크는 ‘사수’
“기본 지키는 것인데 당연” 시민들 긍정적
“과태료 있다고 쓰고 없다고 안쓰지 않아”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지하철 잠실역 환승 통로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환승을 서두르고 있다. 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출근 시간인 13일 오전 8시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지하철 잠실역 2호선과 8호선 환승 통로. 2호선 열차가 승강장 안으로 들어온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열차를 놓칠 세라 몇몇 시민들은 200m에 달하는 악명 높은 통로를 질주했다. 숨이 가빠 안경까지 습기가 차올라도 승객들은 한순간도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열차에 올라탔다.

오전 8시30분께 지하철 열차는 물론 승강장까지 빽빽하게 승객들이 줄을 서며 간격은 채 30㎝도 되지 않았다. 대신 승객들은 흑색, 백색 등 주로 무채색의 일회용 마스크를 코부터 턱까지 다 가리는 등 단히 썼다. 대합실에서는 토스트, 어묵 등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려 마스크를 턱에 걸쳐 놓은 시민들이 간혹 보였지만, 승강장에서는 마스크를 잠깐 벗고 물 한 모금 마시는 승객조차 없었다.

지난 8월 개정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날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어길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위반 당사자는 최고 10만원, 관리자는 최고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낼 수 있다. 정부가 한 달간 계도 기간으로 정해 실제 과태료는 다음달 13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잠실역 2호선 대합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출근길 시민들에게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줬다. 2호선 상행·하행 승강장에서 만난 출근길 시민들도 대부분 이날부터 대중교통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어길 시 과태료가 10만원 부과되는 조치를 인지하고 있었다.

[헤럴드경제=박해묵 기자]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이 13일 오전 서울 잠실역에서 대중교통 마스크 미착용 시 과태료 부과 시행에 따른 마스크 착용 대시민 홍보캠페인을 하고 있다. 13일부터 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대중교통 내 마스크 미착용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해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2호선 내선 방향 승강장에서 만난 직장인 임모(31)씨는 “마스크를 안쓰는 이들이 간혹 보여 거슬렸는데 마스크 착용을 강제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잠실광역환승센터에서 만난 대학생 전모(25)씨도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다같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옮지 않고 안 옮기기 위해 강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전씨는 “10만원이 적은 금액이 아니라서 아예 안 쓰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쓸까 말까 고민했던 이들이라면 과태료를 내기 싫어서라도 끼지 않겠냐”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직장인 문모(42)씨도 “과태료가 10만원 밖에 안 되냐”고 되물은 뒤 “기본을 지키지 않는 건데 과태료 금액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된 지 오랜데 과태료를 물린다는 게 새삼스럽다는 의견도 많았다. 직장인 송모(60)씨는 “과태료를 물리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며 “출퇴근 시간에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을 못 봤다.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지 과태료 안 물려도 당연히 마스크 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직장인 이모(37)씨도 “지금 하고 있는 대로 잘 하면 되지 않겠냐”며 “과태료 있다고 해서 쓰고 없으면 안 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과태료를 실제로 부과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취업준비생 한모(27)씨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을 일일이 어떻게 잡아내겠냐”며 “말로만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할 뿐 실제 부과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지모(33)씨도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적발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적발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적발 여부에 따라 현실성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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