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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닮은꼴’ 화재에 ‘판박이’ 뒷북 대응…전문가들 “정책만큼 안전의식도 중요”
‘울산 화재’ 이후 울산시 “재난대응망 구축”
부산·의정부·충북 제천 등 반복되는 화재에
작년 ‘범정부 화재안전 특별대책’까지 마련
전문가 “시민의 안전지식 제고 중요” 강조

지난 8일 밤 울산시 남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 9일 새벽까지 꺼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지난 8일 밤 발생해 15시간40분 만에 진화된 울산 33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이후, 울산시가 고층빌딩 화재 정책 보강에 나섰다. 그러나 과거부터 지속돼 온 이 같은 ‘화재 후 대책 고심’에 앞선 사고에도 예방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 역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만큼 시민들의 ‘안전 의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7분께 울산 남구의 삼환아르누보에서 발생한 화재는 3층 야외 테라스에서 발화가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알루미늄 패널’과 같은 가연성 소재가 불길을 키운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란 열에 강하지 않은 알루미늄 판 사이에 충전재를 가연성 접착체로 붙인 자재로, 주로 초고층 건물이나 주상복합 건물 등에 사용된다.

화재 이후 울산시는 향후 화재 등 재난발생 시를 대비한 재난대응망 구축 의지를 보였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10일 ‘삼환아르누보 화재 재난대응 및 조치사항’ 브리핑에서 “이번 화재를 계기로 초고층아파트 화재 대비 고가 사다리차 구비, 고층 아파트 소방훈련 실시 등 고층 빌딩 화재 대응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시 차원의 정책을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화재 직후 대책을 내놓는 뒷북 수습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이에 일각에선 앞선 사고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예방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0년 부산 해운대구 소재 38층짜리 우신 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정부는 2012년 건축법을 개정해 30층 이상 건물엔 비가연성 제품을 사용토록 했다.

2015년 경기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당시에도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등 상대적으로 불에 타기 쉬운 소재를 붙이고 석고나 시멘트 등으로 덧붙이는 마감 방식인 ‘드라이비트’가 불길이 커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어 2017년 충북 제천시 복합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드라이비트 소재로 마감한 것이 확인됐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내는 화재 참사가 이어지자 지난해 정부는 ▷화재 안전 제도 개선 ▷화재 예방·대응 체계 강화 ▷안전 문화 확산 등 3개 분야에 걸쳐 모두 227개 개선 과제를 포함한 ‘범정부 화재안전 특별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후 사회적비용이 발생하는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해 정부의 대책만큼 시민들의 ‘안전 의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본적이지만 거주자, 건축주 등을 포함한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제일 중요하다”며 “법에서 강제하면 그때에서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위험사 항이 있다면 안전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건축법 개정 이전에 가연성 소재로 지어진 건물의 ‘소급 적용’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공 교수는 “건축법 개정 이전 지어진 건물 역시 법에 맞게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소급 적용을 하고 싶어도 심한 반발이 있어 유도할 수 있게 인센티브 제도 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을 때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고 비용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먼저 실태 파악에 들어가고 시장과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논의를 거쳐,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건축물이 대상에 해당하고, 안전성 확보 비용이 얼마나 되고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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