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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한글과 세상살이

  • 기사입력 2020-10-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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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시대에서 글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글은 권력이었습니다. 한자를 독점하려는 세력에게 한글은 마땅치 않았을 것입니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차별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문맹(文盲)이라고 합니다. 맹인이라는 어휘도 차별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문맹 역시 차별적 어휘로 볼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좀 다르기는 하지만 문해력이나 문식력이라는 용어도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문맹이라는 말에서 글을 모르는 것은 눈이 머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읽는 것은 지식을 의미하고 학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글줄 꽤나 읽었다는 말은 지식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책을 많이 본 사람이라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면 답답함이 느껴지고, 글을 배워야 할 필요성도 느껴집니다. 글은 지식의 세계를 열어주는 열쇠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글은 주로 한자를 의미했습니다. 한글 문맹과 한자 문맹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여전히 한자 문맹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자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일본어의 경우는 여전히 한자 사용이 많습니다만, 그에 반해 한자를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일본에서도 한자 문맹이 문제가 됩니다. 점점 한자를 아는 것이 특기처럼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한자의 위력은 점점 옅어지고 사라져 갈 것입니다. 한국어에서 한자의 비중은 극히 낮아졌습니다. 이제는 신문에서도 한자를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중적인 책에 한자가 많으면 팔리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한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볼 때 오랫동안 글이 아니라 ‘말’의 시기였습니다. 글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제 글의 역사는 점점 힘이 약해져 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20세기와 21세기는 글자 문화가 사라져가는 시기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글자 문화가 생겼다고 말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글의 문화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지 영향력이 줄어들겠지요.

세종께서 한글을 만들었지만 한글은 오랫동안 주도 세력이 되지 못했습니다. 한글의 힘이 세진 것은 한자가 주도권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문을 독점하던 세력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문자의 독점에서 문자의 공유가 중요한 세상으로 변한 것입니다.

문자가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배우면 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초, 중, 고의 긴 시간을 의무적으로 배워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의무라는 말의 무게를 느껴보기 바랍니다. 배우고 싶지 않아도 배워야 하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문맹으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글이 한자를 눌렀듯이 한글도 뒤안길로 향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교육은 의무로 받지만 책을 읽지 않습니다. 신문도 보지 않습니다. 글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조금 지난 어휘조차 수수께끼입니다. 한글 맞춤법은 너무 어려워 전문가도 자주 틀립니다. 국어가 전공이 아니면 틀리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입니다.

재미있고 화려한 영상의 시대입니다. 문자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영상 또는 소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기 위해 문자가 발달하였지만 이제 문자보다 훨씬 저장력 좋은 매체들이 생겨났습니다.

녹음과 영상의 기술은 상상 이상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강의가 영상으로 넘쳐납니다. 오디오북도 인기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문자를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요. 책을 안 보면 지식이 결여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말 그러한가요. 신문을 안 읽으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나요. 정녕 그러한가요. 한글은 우리에게 문자의 미래를 묻고 있습니다. 한글과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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