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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죄는 놔둔 채…‘임신 14주까지만 허용’ 정부案 논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오늘 입법예고
합법기준 ‘14주’·여성 처벌 대상 그대로
여성단체는 물론 법조계도 비판 목소리
법무부 양성평등委 ‘낙태죄 폐지’ 권고
위헌 논란속 전면폐지 수순 시각도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임신 14주까지만 원칙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헌 판정을 받은 낙태죄를 사실상 존속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정부안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또다시 관련 조항이 헌법재판소 위헌 심사대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는 7일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했다. 임신 14주까지 임신 중단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15~24주까지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 등의 경우 제한적으로 낙태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낙태죄는 그대로 유지되고, 낙태 처벌과 허용 요건 조항이 형법에 일원화 된다. 정부는 다음 달 16일과 17일까지 각각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들은 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신속하게 국회로 개정안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14주’ 지나치게 짧아… 양성평등위는 폐지 권고=하지만 낙태 합법의 기준이 ‘임신 14주’로 정리된 것을 두고 여성단체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적절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계속 낙태를 범죄화 하면서 여성을 처벌 대상으로 여기는 데다가 14주라는 기간 자체가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다.

형사정책 전문가인 한 교수는 “여성단체 외에 학계와 실무에서도 여성의 낙태를 처벌하는 것을 문제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처벌 규정을 남긴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의 성평등 정책 자문 업무를 위해 출범한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지난 8월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낙태죄 비범죄화를 위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이러한 개정이 낙태죄 전면 폐지로 가는 점진적 단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곧바로 전면 폐지를 할 경우 종교계 등의 거센 반발로 대립이 더욱 심해질 수 있어 임신 주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장윤미 변호사는 “한 번에 열 걸음 가는 것보단 조금씩 한걸음씩 내딛는 것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입법조치 하는 것에 반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임신부 자각 못할 수도…헌재가 거론한 기간은 22주까지=임신 후에도 몸이 편안하거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여성들의 경우 14주까지 임신 사실 자체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다는 점도 임신 14주 기준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임신 중인 한 30대 여성은 “임신 경험이 없는 20대 초반은 물론이고, 임신해도 몸의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 여성들은 14주에도 임신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가 법정의견에서 언급한 낙태죄 비범죄화 범위는 임신 이후 22주다. 정부안 14주는 헌재 기준과 비교해도 2개월 가량 짧다. 헌재는 지난해 재판관 3인 단순위헌, 4인 헌법불합치 의견으로 결국 형법상 자기낙태죄, 의사낙태죄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시기가 가변적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산부인과 학계가 임신 22주 내외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임신1삼분기(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까지)’를 언급했다. 3인의 재판관은 이 기간의 낙태조차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낙태 처벌이 위헌이라는 점을 선언했을 뿐, 반드시 낙태를 임신 14주까지만 합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아니었다. 여성의 낙태 결정권을 보장하면서, 임신2삼분기(28주까지) 이후 낙태시 태아 성별 등을 이유로 한 선별적 낙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정한 한계가 필요하다는 점만 언급했을 뿐이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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