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미성 2차는 지난달 8일 141㎡(이하 전용면적)가 32억원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그보다 한달 전 같은 층이 30억5000만원에 매매된 것을 감안하면, 1억5000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 대치동 학군을 함께 누리는 도곡동 삼성래미안도 9월 초 84㎡이 22억9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8월 중순 21억98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높아진 값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거래 절벽 속에서도 지역별 랜드마크 아파트 오름세가 지속되며,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6·17 대책과 7·10 대책을 통해 갭투자(전세낀 매수)를 막고,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세금을 무겁게 하면서 ‘8월말·9월초’부터 관련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언급해왔다. 하지만 시장 움직임은 거래는 줄었지만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에선, 아파트값 하위 40% 평균값도 7억원 넘었다=강남권 고가 뿐 아니라, 중저가 아파트도 키맞추기에 나서면서 서울 아파트 2분위(하위 40%)의 평균 값은 처음으로 7억원 선을 넘었다. KB국민은행의 9월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분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7억1301만원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 값은 5억8984만원으로, 올 들어 1억2300여만원이 올랐다.

초고가 아파트의 상승세도 이에 못지 않다. 서울 아파트 5분위(상위 20%)는 연초 17억8000만원대에서 지난달 19억1000만원대로 올랐다.

가격대와 무관하게 서울 아파트 값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국 단위로는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당장 9월 전국 1분위(하위 20%)의 평균 아파트 가격인 1억1000만원대는 서울 5분위의 5.8%에 불과하다.

실제 서울에선 강북 핵심지 몸값도 주택담보대출금지 가격대인 15억원을 넘기고 있다. 마포 현석동 래미안 웰스트림 115㎡는 지난달 5일 20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한달 전 매매가 18억원보다 2억3000만원이나 급등했다. 염리동 마포자이3차도 119㎡가 20억9000만원 역대 최고가에 팔렸고,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114㎡도 19억2000만원에 계약서를 쓰며 점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연화 IBK 기업은행 부동산 팀장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서울 도심이나 마포, 용산, 성동과 같은 곳의 오름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만 매수 가능한 잠실·삼성동 아파트 최고가=강남권에선 실수요자만 매수 가능한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도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강남권 대규모 개발과 관련한 투기를 막기 위해 대치동, 삼성동, 잠실동 등에서 실거주 목적의 매수를 제외하고 매매거래를 금하고 있다.

잠실동 리센츠는 지난달 12일 98㎡가 25억9700만원 신고가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는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기 전인 6월 17일 23억5000만원이었다. 레이크팰리스 역시 지난달 4일 116㎡이 22억9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업계는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인 이들 아파트 신고가가 투기수요를 제외한 ‘실수요자’가 받아내는 가격대라는 점에서 하락 전환이 추세적으로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 자들이 타 지역 매물을 정리하고 강남권으로 실거주 목적으로 돌아오고 있어, 거래가 줄어도 가격 하락이 급격히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9월 KB아파트 선도 50 지수도 122.3으로 또다시 올랐다. 매년 말 전국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상위 50개 단지를 기준으로, 랜드마크 가격 향방을 측정하는 이 지수는 2019년 1월 값을 100으로 한다. 120을 넘긴 건 최근 21개월 래 처음이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