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올인’ 트럼프, 투명 가림막 토론도 강행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한 지 3일만인 5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복귀해 엄지를 치켜들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완치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선을 29일 앞두고 선거운동 재개 의지까지 드러냈다. 당장 15일로 잡힌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후보와 2차 TV토론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사가 선거캠프 측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시간에 쫓긴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가량 바이든 후보에 밀리고 있다. 경합주 6곳 가운데 단 한 곳도 바이든 후보에 앞서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로선 토론회에서 반전 기회를 찾는 게 절실하다.

트럼프가 펜스에게... “나는 백악관으로 갈테니, 당신은 유타로 가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40분께 입원 중이던 메릴랜드주 월터리드 군병원을 나서기 전 트위터에 “곧 선거전에 돌아올 것”이라며 “가짜뉴스는 가짜 여론조사 결과만 보여준다”고 했다. 입원한지 사흘만의 퇴원이었다. 숀 콘리 주치의 등 의료진이 퇴원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감염 우려가 있다고 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은 선거운동에 맞춰져 있다는 게 명백하게 드러난다.  

코로나19 전파 가능성 때문에 당분간 대면 선거운동은 불가능하지만, 트럼프 선거캠프에선 오는 15일 2차 TV토론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팀 머토 대변인은 “토론을 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의지”라고 했다. 2차 토론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릴 예정이고, 앞선 1차 토론과 달리 유권자에게서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타운홀 형식으로 진행된다. 플로리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주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착을 갖는 지역인 데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합주여서 2차 토론은 건너 뛸 수 없는 이벤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퇴원 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한 전화 통화 내용에서도 읽혔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부통령 후보 토론회(7일)가 열리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로 가기 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사실을 밝히며 “대통령은 ‘나는 백악관으로 갈테니, 당신은 유타로 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흐트러졌던 정·부통령 전열을 가다듬고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었다.  

2차 토론이 대면으로 이뤄지면 가장 조심해야 할 인물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후보다. 그는 이날 마이애미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전 언론에 “트럼프 대통령과 토론에서 맞붙는 게 안전할지 여부는 전문가가 결정하는 걸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자들이 안전하다고 말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후보는 또 “대통령이 말을 하고 영상을 녹화하는 걸 보게 돼 반갑다”며 “지금 그는 선거운동 메시지를 트윗하는 데 바쁜데, ‘과학을 경청하고, 마스크를 지원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부통령 토론회에 등장하는 ‘투명 가림막’…트럼프 측근에도 굴욕 안겨

선거 ‘올인’ 트럼프, 투명 가림막 토론도 강행하나
미국 민주당의 제이미 해리슨 상원의원 입후보자가 지난 3일(현지시간) 노스케롤라이나 앨런대에서 열린 1차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그의 왼편에 있는 투명 가림막이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많은 조명을 받았다. 코로나19 감염 최소화를 위한 노력으로 평가받아서다. [AP]

토론을 주관하는 대통령토론위원회(CPD)는 대통령 후보 2차 토론에 관한 사항은 아직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론 온라인으로 토론회를 진행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열릴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선 투명 가림막을 사용키로 CPD는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을 계기로, 전문가와 바이러스의 공기 중 전파 가능성 등을 상의한 결과다.

펜스 부통령 후보 측에선 가림막 사용이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케이티 밀러 대변인은 “해리스 상원의원이 자신을 둘러싸는 요새를 사용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열린 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후보간 1차 토론회에서 이 가림막은 호평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현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후보와 민주당 제이미 해리슨 후보가 격돌했는데 스포트라이트는 해리슨 후보에게 쏠렸다. 그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손수 투명 가림막을 설치, 토론을 해서다. 아무런 대비책 없이 무대에 선 ‘정치 거물’ 그레이엄 후보에겐 ‘코비디엇(Covidiot·코로나+바보)’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한 TV앵커는 이 가림막을 보고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토론 때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빈 굽타 워싱턴대 호흡기내과 조교수는 “토론자 사이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야외에서 토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타라 스미스 켄트주립대 전염병 전문 교수도 “후보자간 서로 다른 방에서 줌(Zoom)으로 토론하는 방법도 있는데, 왜 여전히 대면 토론을 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면 토론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 투명 가림막이 대통령 후보 2차 토론에 쓰이는 걸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